'술자리에 여직원 불러라'…공정위 간부, 직원에 '갑질 논란'
공정위 노조, 갑질 사례 공개…관리자의 막말·호통도 빈번
2017-09-06 16:42:45 2017-09-06 18:52:03
[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1. 공정거래위원회 A국장은 거의 매주 젊은 여자사무관들과 술자리를 가진다. 이 같은 자리 마련을 위해 다른 여직원들에게 술자리 멤버를 구성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자신이 직접 연락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시를 받은 여직원은 다른 동료에게 사정하다시피 술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2. B과장은 식비를 계산하는 일이 거의 없다. 직원들이 모은 과비로 식사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사메뉴는 꼭 자신이 결정한다. 또 자기와 함께 점심과 저녁을 함께 먹어야 하는 '식사당번'을 정해두기까지 했다.
 
기업들의 갑질 근절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공정위가 정작 내부에서는 부하직원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발표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6일 공무원노동조합 공정위 지부는 과장급 이상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5급 이하 직원들의 평가 결과 및 관리자들의 주요 갑질 사례를 발표했다.
 
노조에 따르면 조사 결과 직원들은 관리자들의 막말, 호통과 짜증, 비아냥거림 등이 시급한 개선사항이며, 직원들과 소통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답변했다.
 
앞선 사례 외에도 관사 청소를 시키거나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행위, 파견 중인 국가로 출장 오는 직원에게 개인적인 물품을 사오도록 지시하는 행위, 정시퇴근을 못하게 하고 야근을 강요하는 행위, 인격적인 모독 행위 등이 사례에 포함됐다.
 
노조 관계자는 "공정위는 시장의 갑질을 조사·단속하는 기관인데 내부 갑질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직원들에게 시장의 갑질 문제 해결을 지시하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공무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인성과 자질이 의심되는 심각한 형태의 갑질도 행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정위 고위공무원들은 거시적인 안목과 책임감이 부족하며, 과장들은 대체로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노조는 갑질 관련자들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대기발령, 징계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이와 반대로 관리자로서의 자질이 가장 잘 겸비된 공무원에는 신영호 국장(대변인)과 선중규 과장(청와대 근무)이 선정됐다. 신 국장은 거시적인 안목과 업무에 대한 책임감·결단력, 민주적인 리더십 등이 이유로 꼽혔고, 선 과장은 직원들과의 소통과 배려, 부드러운 리더십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시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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