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사이 3호선 원흥역 주변으로 주상복합과 상가건물 등이 우후죽순 건설됐다. 주변 건설현장에는 주말임에도 근로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크레인이 건설자재를 이리저리 옮기는 가운데, 5~6명의 근로자가 크레인에 매달린 자재를 밀고 당기며, 정확히 위치에 쌓기 위해 씨름했다. 집채만 한 자재가 근로자들의 머리 위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본 순간 너무도 위태로워 보였다.
잠시 뒤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가 한쪽 다리를 절면서 동료의 부축을 받아 식당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멀리서 부상의 정도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병원이 아닌 식당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40대쯤으로 보이는 그는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 자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안타까웠다.
침체의 수렁에 빠졌던 국내 주택경기가 기지개를 켜면서 건설사들이 지난해부터 역대 최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늘어나는 건설현장은 기업의 수익을 늘렸지만, 근로자의 현장사고 예방에 대한 투자는 인색해 보인다. 때문에 재해는 줄어들기는 커녕 늘어나고 있다.
고질적인 건설재해는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7월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0개 건설업체가 진행한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다치거나 숨진 재해자는 3837명에 달한다. 지난 2015년과 비교해 10.6%(369명) 늘어났다. 특히 사망자는 31명으로 무려 20.3% 증가했다. 사망사고에 5배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환산재해율은 지난해 평균 0.57%로 2012년 0.43%, 2013년 0.46%, 2014년 0.45%, 2015년 0.51%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국내 건설재해로 사망하는 근로자수는 미국의 1.8배, 싱가포르의 3.1배, 영국의 9.1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규모 사업장은 더욱 취약해 9인 이하 사업장의 재해율은 10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약 8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대부분이 파견이나 용역 노동자라는 이유로 안전에서 소외되는 일이 비일비재 발생하고 있다. 여전히 '산재왕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우리 건설산업의 현주소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들어 산업재해 발생 예방을 위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산업재해 발생시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하고, 위험성이 높은 작업에 대해서는 도급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달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확정해 실행에 옮긴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가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 소득이 증가해도 근로자들의 산업재해가 쌓인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전국에 산재해 있는 건설 현장 어디에서든 안전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모든 현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다만, 안전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 ‘맞춤형 안전관리제도’ 등 현장의 안전관리를 체계적으로 손봐 시스템화하고, 지시 및 의무불이행의 사업장에 대해서 강도 높은 페널티를 적용해 스스로 산재위험을 낮춰야 한다.
또 현장 근로자 역시 만연한 안전불감증에 대한 의식전환을 통해 산업재해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기본 권리인 생명권과 재산권을 담보하기 위해 산업재해 예방에 관심을 두고 이를 실천할 방안과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인명피해는 되돌릴 수 없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처벌에만 그쳐왔지만, 이제 패러다임을 바꾸고,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찾아야할 때다.
김영택 산업2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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