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건전하고 투명한 재정정책을 기대한다
2017-09-01 08:00:00 2017-09-01 08:00:00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429조원 예산안을 두고 일각에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뜻을 표하고 있다. 예산증가율이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성장률) 전망치보다 높아 나랏빚이 더욱 늘 것이라는 걱정, 복지에 치중한 나머지 경제성장은 뒷전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 나라살림 걱정의 깊은 뜻은 이해가 가나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든다. 큰 돈을 썼지만 성장동력 만들기에 실패해 나라빚을 잔뜩 늘린 주체들을 지지하는 세력이 재정건전성을 이야기하는 건 어쩐지 좀 어색해서다.
 
물론 합리적 의심을 거둘 필요는 없다. 비판적인 시각은 나라살림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마련이다. 가령 2018년도 예산안 중 산업, 에너지 부문 등 신성장동력 관련 부문의 예산삭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전세계적인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요즘 같은 때 미래 성장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법도 하다. 하지만 따져보면 이 부문 예산의 삭감폭은 0.1%, 소숫점대 자리수로 상대적으로 그리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다.
 
정부는 대신 일자리 창출 등이 포함된 보건복지 예산은 12.9% 확대하겠다고 했다. 교육 예산 역시 11.7%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소득중심 성장'이 혹여 기대치에 못 미칠 수는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특정 부처나 특정 기업, 특정 개인의 뒷주머니만 두둑하게 해오곤 한 모호한 연구개발(R&D) 투자보다 못할 것 같지는 않다. 국가의 R&D예산, 문화·체육·관광 예산 등이 실질적으로 해당 생태계의 발전을 돕기 위한 용도로 쓰였는가에 대해 국민은 오랜기간 의구심을 품어왔다.
 
어쨌건 정부예산안 총액이 올해보다 7.1%나 증가한 부분은 진지하게 걱정해볼 대목이다. 정부가 돈을 풀 생각만 하고 아낄 생각은 전혀 안하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현재까지는 지출 늘릴 궁리만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가령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와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 발행잔액(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금액, 즉 앞으로 갚아야 할 금액)을 보면 그렇다. 국채와 특수채, 즉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나라빚이 올 1월에만 해도 90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으나 31일 기준으로 보면 869조원으로 줄었다. 현 정부는 적어도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무분별하게 나라빚을 늘리는 건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정부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자명하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성장동력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아야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재정지출을 줄이면서 동시에 재정수입 또한 늘려야 한다. 어쨌건 예산안이 늘었는데 돈 나올 곳은 빤하다는 건 직시해야할 분명한 현실이다. 이번 예산안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3.0%에 달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나온 것인 만큼 경제성장률이 목표치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세수 증대를 포함한 재정 확보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는지도 모른다. 청사진대로만 가면야 좋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산안을 짜는 어느 정부든 간에(설령 자기 주머니를 챙기려는 의도가 있더라도) 기본적으로는 한국경제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청사진을 그린다. 문제는 예산안이 아니라 예산의 실제 집행 과정이다. 정부 돈이 눈먼 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예산과 예산을 집행하는 주체들을 주기적으로, 세부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라 안팎으로 고령화와 저성장이 고착화된 쉽지 않은 시기다. 국가재정이 좀더 투명하고 명확해져 뒤늦게나마 한국경제의 좀더 나은 길, 다른 길을 모색하는 주춧돌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나볏 프라임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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