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카허 카젬 신임 사장. 철수 카드인가, 재건 카드인가'
한국지엠 카허 카젬 신임 사장 부임을 놓고 업계 안팎에서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 철수를 위한 카드라는 입장과 재건을 위한 카드라는 시각이 동시에 나오고 있지만 한국지엠 내외부에서는 '철수' 카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 초 GM인도가 매각될 당시 사장이 카허 카젬이었으며, 그 후에도 건재를 과시하며 한국지엠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31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지난 7월 돌연 사퇴를 결정한 제임스 김 사장 후임으로 카허 카젬 GM인도 사장이 내달 1일부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다. GM 호주법인에서 입사해 GM태국, 우즈베키스탄을 거쳐 인도법인 사장직을 지낸 그는 생산·사업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카젬 사장의 부임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날로 임기가 만료되는 제임스 김 사장이 두 달 전 갑작스러운 사장직 사퇴를 발표하면서 GM의 한국시장 철수설이 또 다시 불거지기 시작, 국내에서는 한국지엠 철수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앞서 GM이 유럽시장 철수, 호주·인도네시아 공장 철수, 오펠 매각, 인도시장 철수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시장을 정리해왔기 때문에 3년 연속 적자가 누적된 한국시장 철수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GM의 인도사업 철수를 지휘했던 카젬 사장의 한국지엠 부임이 한국시장 철수 수순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앞서 한국지엠 지분 17.02%를 갖고 있는 2대 주주 산업은행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한국지엠 사후관리 현황'보고서에서 오는 10월 비토권이 종료될 시 GM본사의 지분매각을 막을 수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철수설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 지분매각제한 주총 특별결의권(비토권)'을 갖고 있어 GM의 한국지엠 매각을 막아줄 유일한 방어수단으로 꼽혔지만 이마저도 오는 10월 상실된다.
올해 임금협상에 들어간 한국지엠 노조는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일자리 지키기 대책위원회'를 출범해 정부와 정치권에도 고용권 보장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젬 사장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정식 취임 전임에도 지난 22일 한국지엠 부평본사에서 노조 집행부와 면담을 진행했다. 한국지엠이 당면해 있는 노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다. 카젬 사장은 이날 노조측에 "한국지엠이 그동안 자동차 1000만대를 생산해온 이력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지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한국지엠 노사의 임단협 교섭은 내달 1일 카젬 사장이 정식 취임한 뒤 재개될 예정으로, 카젬 사장이 산적해 있는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지엠측은 철수설에 대해 "카젬 사장이 인도법인 사장을 지냈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대한 의혹이 생기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는 오랜 시간 이 분야서 근무한 생산분야 전문가"라며 "(카젬 사장이)철수설과 노조파업 등의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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