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들에 대표적인 부실채권인 ‘미청구공사 금액’이 증가하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미청구공사 금액’은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했지만, 발주처에 공사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 채권이다.
올해 1분기 중견 건설사 21곳의 미청구공사 금액이 5조516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분기 대비 4.81% 증가했다. 사진/뉴시스
17일 금융감독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11위부터 35위까지 중견 건설사 21곳(두산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총 4곳 제외)의 올해 1분기 미청구공사 금액은 총 2조5160억원으로 이는 전분기 2조3950억원과 비교해 4.81% 증가한 수치다. 또 3개월 만에 21곳 중 14곳이 미청구공사 금액이 증가하면서 대부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시공능력평가 11위 한화건설은 작년 4분기 5730억원에서 올해 1분기 6690억원으로 미청구공사 금액이 크게 증가했다. 이어 18위
한신공영(004960)은 965억원→1437억원, 20위
코오롱글로벌(003070)은 1872억원→2258억원, 23위 쌍용건설은 1194억원→1517억원, 25위
KCC건설(021320)은 1195억원→1608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이는 중견 건설사들이 지난 2014년부터 미뤄왔던 주택사업을 재개하면서 미청구공사 규모가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사업확대에 따른 증가로 부실로 간주할 수 없지만, 대형 건설사에 비해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뒤따른다.
미청구공사 금액은 공사미수금으로 분류되는데 재무제표에 손실로 잡히지 않지만, 자칫 나중에 금액을 받지 못할 경우 손실로 잡힐 가능성이 있는 위험성 채권으로 꼽힌다. 물론 미청구공사 금액이 모두 부실로 잡히는 건 아니다. 건설의 경우 수주 산업으로 공사의 진척도에 따라 공사 대금을 받는다.
가령 G건설사가 1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해 공사를 절반 정도 진행했을 경우 발주처로부터 500억원을 받는다. 하지만, 발주처가 진척도가 30%라고 주장해 300억원만 줄 경우 나머지 200억원은 미청구공사라는 계정에 매출로 잡아 둔다.
문제는 이렇게 쌓아 둔 미청구공사 금액이 공사 완료 후에도 발주처로부터 받지 못한다면 한꺼번에 손실로 잡히기 때문에 잠재적 리스크로 손꼽힌다. 이에 건설업계는 미청구공사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객관적인 공정률 기준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미청구공사 금액을 낮출 수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이나 조선은 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공기가 최소 3~4년이기 때문에 미청구공사 금액이 쌓일 수밖에 없고, 이 금액이 모두 받지 못하는 부실 채권은 아니다”면서 “다만, 해외 저가 수주로 인해 예정 원가가 낮거나 설계 변경이 지속될 경우 추가 금액이 발생하게 돼 미청구공사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최근 해외사업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이지훈 해외건설협회 과장은 "부실수주 논란을 겪은 대형 건설사들이 선별적 수주에 나섰고, 컨소시엄이나 도급 형태로 참여하는 중소 건설사의 경우 사업 참여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중견 건설사의 경우 언어, 문화 등 현지화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해외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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