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삼성전자 성공신화의 명암 '삼성 직업병'
2017-07-10 06:00:00 2017-07-10 06:00:00
[뉴스토마토 구태우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14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99% 증가, 전분기와 비교 41.41% 늘었다. 2분기 잠정매출액은 전분기보다 18.69% 증가한 60조원으로 집계됐다. '기록은 깨라고 있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역대 최대 분기 실적(2013년 3분기)을 4조원 상회한 수준의 실적을 냈다. 업계에서는 3분기도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해 '역대 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된 악재에도 전자·메모리 등 각 사업부가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성공신화는 현재도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1969년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를 설립, 백색가전을 생산하던 업체가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1983년 "오늘을 기해 삼성은 반도체에 투자한다"는 도쿄 선언 이후 삼성은 반도체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그리고 34년이 지난 올해 삼성전자는 1·2분기 영업실적 면에서 세계 1위인 인텔을 앞섰다.
 
삼성의 성공신화에도 명암은 있다. 고 황유미씨를 비롯해 삼성전자의 제품을 생산하다 직업병으로 숨지거나 투병 중인 노동자들이다. 황씨는 2003년 10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입사했다. 습식식각(세정) 업무를 맡았다. 2005년 6월 급성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퇴사, 2007년 3월6일 운명을 달리했다. 시민단체인 반올림에 따르면 현재까지 삼성전자 반도체·LCD 사업부에서만 230명이 직업병 피해 사실을 제보했고, 79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63명이 반도체 공정에서 근무했다. 근로복지공단과 법원이 인정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의 직업병 피해자는 14명, 질환종류는 10가지에 달한다. 
 
반올림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작업 중 벤젠·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됐고, 야간근무와 교대제 근무가 직업병 발병에 영향을 미쳤다. 작업 중 환기장치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는 피해자들의 증언도 있었다. 최근 삼성전자는 벤젠 등을 사내규제물질로 지정해 사용을 금지했다는 입장이다. 화학물질 관리와 취급도 강화해 국내외 사업장에서 3년 동안 유해물질이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생산공정도 현대화됐고, 안전관리 수준도 높아졌을 것이다. 옴부즈만위원회가 생산라인을 점검해 개선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산재로 인정된 피해자 중 상당수가 2010년 이전 근무했던 점을 볼 때 앞으로 직업병 피해자들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직업병으로 숨진 희생자들은 되살릴 수 없고, 투병 중인 피해자들은 발병 이전처럼 건강해질 수는 없다.
 
삼성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직업병을 예방할 수 있게 사용자로서 만전을 기해야 한다. 191명(반올림 추산)에 달하는 반도체 부문의 직업병 피해자들은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키우는 데 헌신했던 노동자들인 점을 잊어선 안될 일이다. 상당수는 고등학교 재학 또는 졸업 직후 삼성전자에 입사한 여성 노동자들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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