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지주사 체제 전환 속도…경영권 승계도 본격화
로보틱스 지주사 전환 위한 유상증자 돌입…정몽준일가 지배력 강화
2017-06-13 16:47:43 2017-06-13 16:53:46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현대중공업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에 나섰다. 현대로보틱스는 지주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주식을 공개매수한다. 경영권 승계도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현대로보틱스는 13일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 3개사의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전날 현대로보틱스는 3개사의 지분 취득을 위해 1조7692억원 규모의 주식 현물출자를 통한 유상증자를 공시한 바 있다. 앞서 지난 4월1일 현대중공업은 현대로보틱스(로봇)를 지주사로 현대중공업(조선·해양플랜트·엔진),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등 4사 체제로 인적분할했다.
 
현대로보틱스는 13일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 3개사의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사진은 서울 현대중공업 사옥의 모습. 사진/뉴시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 등 3개 회사의 지분을 각각 13.37%씩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등 3개사가 이날 발표한 공개매수신고서를 보면, 현대로보틱스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의 지분을 각각 27.84%, 27.65%, 27.87%로 늘리게 된다. 지주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설립 2년 이내에 상장 자회사의 지분 2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주사 전환이 3세 경영 체제로의 발판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는, 정치권에 투신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고수한 부친과 달리 경영 일선에 설 가능성이 높다.
 
정 이사장은 인적분할 전 현대중공업 지분 10.15%를 보유,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연결된 그룹을 지배했다. 인적분할 후 상장한 4개사의 지분도 각각 10.15%씩 보유하고 있다. 이번 현대로보틱스와 3사간 주식 교환 과정을 마치면, 현대로보틱스의 대주주인 정 이사장은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게 된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으로 불리는 과정이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그러나 인적분할을 통해 분리된 자회사에 배정되는 분할 신주에는 의결권이 생긴다. 현대중공업은 새 정부 출범으로 상법 개정 등 경제민주화 흐름이 강화될 것을 예견,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서둘렀다.
 
김남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현대중공업 인적분할 때부터 정 이사장의 경영권 강화 부분은 지적됐던 부분"이라며 "이번 지주사 전환 과정이 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고, 결국 정 전무의 경영권 승계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로보틱스의 지주사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유상증자"라며 "각 사업부분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한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이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오는 10월1일까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로보틱스 7.98%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금지하고 있는 신규 순환출자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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