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의약품 영업대행사(contract sales organization, CSO)를 통한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CSO를 활용한 리베이트가 제약업계에 활개를 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급기야 이례적으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200여개 회원사에 경고 메세지를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이사장단회의를 열어 제약산업의 준법·윤리경영을 훼손시키는 CSO의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 자정노력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CSO란 의약품 마케팅과 영업을 위탁받아 대행하는 외주업체를 말한다. 글로벌에서 CSO는 특정 질환 의약품에 전문성을 갖춘 영업회사로 알려진다. 경영 효율성을 위해 외부 전문가 집단을 활용하는 전략이 대두되면서 CSO도 활성화됐다.
국내에서도 CSO 설립이 활발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CSO 등 의약품 판매업체는 2005년 1582개에서 2015년 2728개로 10년만에 58% 증가했다. 영업 외주화하는 국내 제약사들도 늘고 있다. 자체 영업인력이 없이 CSO를 관리하는 직원 10여명만 두고 매출을 올리는 변종 업체도 성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글로벌과 다르게 국내에선 CSO가 리베이트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CSO는 의약품 판매액(처방액)에서 35~55%를 수수료로 받는다. 50% 수수료로 가정하면, CSO는 1000만원을 판매해 500만원 정도를 판매수수료로 받게 된다. CSO는 1000만원 중 10%(100만원)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세금을 제하고 400만원 정도가 남는다. CSO는 계약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50~60%(200만~240만원) 정도를 수익으로 남기고 나머지를 리베이트 비용으로 사용한다. 전체 의약품 처방액에서 10~20% 정도가 리베이트 비용인 셈이다.
제약사는 별도의 영업인력 구축 없이 매출이 발생한다. 보통 CSO와 계약 시에 리베이트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포함시킨다. 자사가 리베이트에 연루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위탁 업체의 개인 일탈 행위로 치부하고 꼬리자르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수수료율을 후하게 올려줘 간접적으로 CSO가 리베이트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CSO의 리베이트 행위에 대한 귀책사유는 제약사에 있다"며 "불법 리베이트 제공 행위의 책임이 대행을 맡긴 제약기업에 있음을 보건복지부 유권해석과 국회 법률검토 과정에서 거듭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업계 관계자는 "CSO는 보험처럼 개인사업자가 대다수인데, 개인사업자는 손실이든 이익이든 모든 사업 성과는 개인에 귀속된다"며 "법인기업과 달리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사용하는 데 제약이 없다. 판매촉진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나눈 것이기 때문에 법적 판단이 애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CSO를 활용하는 업체는 적발 위험에 따른 실보다 득이 많다는 입장이다. 관련 업체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뿌리게 되면 판매촉진 효과가 즉각 나타난다"며 "설령 리베이트로 적발된다고 해도 행정처분받을 의약품을 바꿔 버리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CSO와 계약한 수개 의약품 중에서 어떤 제품에 리베이트가 제공됐는지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력제품은 살리고 매출이 얼마 안 되는 비주력 제품에 행정처분을 받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영업대행사를 악용한 불법적인 리베이트 영업에 대해 강도높은 경고 메시지와 아울러 우려감을 표명했다. 2014년 열린 리베이트 근절 기업윤리헌장 선포식에서 협회 회원사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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