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최저임금 1만원의 딜레마
2017-06-07 15:42:32 2017-06-07 15:47:43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인상폭을 둘러싼 노동계와 사용자 간 힘겨루기를 보면 '쩐의 전쟁'을 방불케 한다.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도입된 1989년 이래 인상액은 500원(시간 기준)을 넘은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2015년 8.1%(450원) 인상이 역대 최대폭이었다. 
 
최저임금위원회에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이 9명씩 참여한다. 2016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던 2015년 당시 근로자위원은 최저임금 1만원을 제안했다. 11차 전원회의까지 이어지면서 근로자위원은 8100원, 사용자위원은 5715원을 최종안으로 냈다. 근로자위원이 생각한 인상폭의 마지노선은 2520원, 사용자는 135원이었던 셈이다. 참다 못한 근로자위원은 회의 진행을 보이콧하고 퇴장했다. 진통 끝에 최저임금 결정시한을 넘겨 공익위원이 5940~6120원의 중재안을 냈다. 결국 근로자위원 없이 투표로 최저임금 6030원이 결정됐다. 최저임금이 매년 '찔끔' 오르는 건 법정 최저임금을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짬짜미'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올해 전원회의는 근로자위원의 불참으로 파행돼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오히려 달아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인상폭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버는 저임금노동자 비율은 2014년 23.7%로, 국민 4명 중 1명은 저임금 노동자인 셈이다. 최저임금을 올려 가계소득을 늘리고, 이를 통해 경기 부양을 도모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마땅해 보인다. 반면 자영업자는 부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비중은 557만명(21.2%)으로, 소득은 임금근로자보다 낮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의 반대 논리를 펼치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소득이 준다는 점은 민생을 최우선 기치로 내세운 정부에는 분명 딜레마다.  
 
재계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부담을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에 제동을 거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근거로 제시한 현실을 외면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물가와 일할수록 빈곤해지는 근로빈곤층의 현실을 감안할 때 '찔끔' 오르는 선에서 내버려둘 수는 없다. 굳이 외국과의 사례를 비교하지 않더라도 양극화의 심화와 이를 대표하는 소득불평등은 이미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서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김진표 국정기회자문위원장은 7일 "자영업자들의 영업환경을 개선하는 조치들이 함께 발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업환경 개선을 위해 지역화폐를 활성화하고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프랜차이즈와 가맹점주 간 성과공유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꼽힌다. 국민의 지갑을 두껍게 할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국가경제를 떠받드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소외되지 않길 바란다. 
 
산업1부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