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인민의 이름으로'(人民的名義, In the Name of the People)라는 반부패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 속에서 지난 4월28일 52부작을 끝으로 드디어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영국 BBC에서도 신드롬을 소개할 정도로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시청률 조사 기관인 CSM에 의하면 이 드라마는 성급(省級) 위성 TV 최근 10년 내 중국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 영향으로 저우메이선(周梅森)의 원작 '인민의 이름으로'도 올 1월 출시된 이후 6쇄나 찍었다. 지금까지 팔려나간 책만도 모두 76만권에 이른다. 드라마는 부패한 관료와 정부에 대한 인민들의 분노와 절망이 권선징악(勸善懲惡)으로 포장돼 중국 전역에서 전파를 탔다. 인민의 열광적인 지지와 성원 못지않게 이 드라마는 중국 내부 정치의 명암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 드라마는 인민에게 비쳐지는 간부는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에 대한 당과 국가의 의중이 잘 짜여진 각본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당과 국가의 ‘큰 일’뿐만 아니라 인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작은 일’도 잘 처리해야 함을 강조한다. ‘작은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도 ‘작은 일’로 치부하지 말고 인민의 마음을 잘 다스려 처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군중과 관련된 일에서 작은 일은 없고”, “‘작은 일’을 잘 다스리는 것이 바로 ‘큰 일’”이라는 시진핑의 생각을 이 드라마는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사전 제작 드라마가 방영 허가를 받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당과 국가의 ‘심사’ 내지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드라마는 매우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간부들과 인민들에게 보내는 시진핑(習近平)의 메시지라고도 말할 수 있다. 한편 이 드라마는 중국 내부정치 작동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에게 몇 가지 정보를 전달해주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드라마는 한동성(漢東省), 징저우시(京州市)라는 가상의 지방을 무대로 당과 정부 내부에서 벌어지는 권력 투쟁, 파벌 간 갈등, 당과 간부, 당과 인민의 관계, 경제성장, GDP 등 현대 중국정치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내용이 적나라하게 다뤄졌다. 중대 사건에 대해서 검찰 계통과 성 당위원회 주관 부문, 성 공안청과 시 공안국의 상이한 의견이나 서로 다른 비준 단위를 이해하는 중국 내부 정치의 작동 메커니즘 사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시 공안국 국장과 시 당위원회 서기의 관계, 시 공안국 국장과 성 공안청 청장과의 관계, 정법위원회 서기와 부서기의 간부 임명권에서의 발언권 정도를 보여주기 했다.
또한 지방간부 선발과 임용에 있어서 부부급(副部級) 이상 간부는 중앙 추천에 의해서 선발하고, 청국급(廳局級) 간부는 지방 현지 상황에 맞게 선발한다는 것도 알려주고 있다. 특히 성(省) 내부 인사에서 서기(書記)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드라마 무대인 한동성 상무위원회 인선 표결에서 만장일치가 연출되고, 이는 후일 이견(異見)이 존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나름의 조치라는 사실도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지방 성급 당위원회 서기가 가지고 있는 막강한 권한에 대해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퇴직 간부에 대한 승급(陞職)의 권한을 서기가 행사하면서 지방 정단(政壇)에서 권력을 어떤 방식으로 집중시켜 나가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퇴직 관료가 현 당정 간부들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개입 정도와 방식이 계통별로 어떻게 구조화되어 있는지도 이 드라마는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기층을 중시하는 서기가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 암행 시찰인 것도 드라마는 확인해 주고 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한대방(漢大幇), 비서방(秘書幇), 사가방(沙家幇) 등 권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파벌 간의 갈등도 실제 허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이 그 어떤 정치적 퍼포먼스보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이 드라마는 잘 보여줬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당과 국가, 당과 인민, 간부와 인민의 관계를 부식시키는 핵심 문제로 '부패'를 거론하고 이 문제의 청산을 특히 강조해 왔다. 당은 이 부패 문제가 여러 사회관계를 어긋나게 하고 결국에는 중국공산당의 통치 정당성과 합법성을 훼손한다는 우려의 시각을 갖고 있다. 드라마는 이 부분을 건드렸다. 특히 군중과 유리되고, 도덕 수준이 매우 낮아서 발생하는 간부 소질(正氣)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그 밖에 간부과 관련된 품격, 인민 친화, 능력, 과단성, 전횡, 나태한 행정, 영혼 없는 행태 등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드라마라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감성적인 접근이 가지는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은 수많은 정치 선전이나 말보다 나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인민의 이름으로'가 이제 중국 정치에서 본격적으로 인민을 불러오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 내부정치를 깊게 이해하고 싶다면 한 번 보는 것도 좋겠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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