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넘어온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종착점을 향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2일 5차로 진행한 서울구치소 방문 조사를 마지막으로 오는 17일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지난달 6일 특수본을 재편한 검찰은 특검팀으로부터 이첩받은 4건 중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뇌물수수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우선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이 결정된 지 닷새 만인 지난달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통보하는 등 속도를 냈다. 여기에는 제19대 대통령 선거 일정이 5월9일로 확정되면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달 17일 선거운동이 진행되기 전 수사를 끝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오전 9시35분쯤부터 14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11시40분쯤까지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어진 조서열람도 7시간이 넘게 진행되면서 박 전 대통령은 다음날은 22일 오전 6시55분쯤 조사 장소인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왔다. 검찰은 그달 27일 "피의자가 대부분 범죄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하고, 공범인 최순실과 지시를 이행한 관련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뇌물공여자까지 구속됐다"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달 31일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범 위반(뇌물)·직권남용·공무상비밀누설 등 총 13개다. 지난해 10월27일 구성된 특수본 1기는 직권남용·강요·공무상비밀누설 등 8개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으며, 특검팀은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5개 혐의를 추가했다.
특수본 1기 단계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공모해 전국경제인연합이 대기업의 매출액을 기초로 출연금을 할당하고, 이에 따라 16개 대기업이 미르재단에 486억원,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을 지원하도록 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204억원을 포함해 박 전 대통령이 청탁의 대가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으로부터 총 433억28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이러한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은 대통령이 최순실과 범죄를 공모한 것으로 전제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공모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전혀 없다"며 "뇌물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최순실이 재산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소위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할 것이지만, 이를 인정할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검찰은 이날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수사할 여지를 남겨놓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향후 수사도 봐야 하고, 수사팀 의견도 수렴해서 (재청구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박 전 대통령의 기소와 함께 이번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우 전 수석을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9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날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12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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