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오른쪽) 충남지사가 23일 오전 전남 광주 광산구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를 방문해 인사 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박주용 기자]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정치논리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높다. 채권단의 컨소시엄 불허 방침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호남 표심을 의식한 야권 유력 대선주자들이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에 일제히 반대하고 나서면서 채권단의 고심도 깊어졌다.
<뉴스토마토>가 27일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안철수 후보 4인에게 금호타이어 매각 건에 대한 공식입장을 물은 결과, 해외 매각에 반대하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었다. 제2의 쌍용차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금호타이어는 기술력이 뛰어난 방위산업체로, 해외 업체가 핵심 기술들을 획득한 뒤 구조조정을 단행해 매각하는 ‘먹튀’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 매각 대상자 심사에 있어서 국내 근로자의 고용 보장과 투자 의향이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의 더블스타가 선정된 것 또한 신경 쓰는 모습이다.
다만, 박 회장 편을 드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발언 수위는 조절했다. 안희정·이재명 후보는 국내 컨소시엄에도 공정한 인수기회를 줘야 한다며 박 회장 입장을 지원했지만, 확실한 편을 들지는 않았다. 두 후보는 협상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는 민관합작펀드를 구성해 우선 인수토록 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문재인 후보는 “어떤 특혜 논란도, 먹튀 논란도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매각 방법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안철수 후보도 자금동원 능력, 경영능력, 고용 안정, 지역경제 발전, 기술 유출 방지 등 모든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는 상식선에서만 얘기했다.
어느 쪽이든 해외 매각에 반대하는 입장은 분명했다. 대선주자들의 압박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기존 방침을 깨고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날 주주협의회에서 논의됐지만 결론은 유보됐다. 안건은 우선매수권 행사 컨소시엄 형태를 허용하는 것과 우선매수권 행사 기간 내 컨소시엄 구성 방안 제출시 허용 여부를 재논의하는 두 가지다. 업계는 절충안인 재논의 안건만 통과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금호타이어는 광주, 곡성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임직원만 5000여명에 달한다.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치권, 특히 호남을 텃밭으로 둔 야권의 관심이 높다. 안희정, 이재명, 안철수 후보는 나란히 금호타이어 노조를 만나 민원을 접수했다. 재계 관계자는 “호남 경선이 승부처로 떠오르면서 금호타이어 인수전도 이슈로 불거졌다"며 "시장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매몰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야를 넘나드는 박 회장의 넓은 인맥도 일조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호타이어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도 정치권의 관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소액주주 모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중국에 넘어가는 일은 안타깝지만, 원칙을 깨고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어서는 안 된다"며 “금호타이어 매각과정은 햇수로 3년째에 이르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지역경제를 생각했다면 그 긴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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