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하이트진로(000080)가 내수 부진 위기 속에 소주를 앞세워 '동남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단행된 희망퇴직 실시 등 조직슬림화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신시장 개척을 병행해 위기에 선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는 순항 중이다. 하이트진로의 동남아 소주 수출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동남아 수출액은 132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1년 265만 달러에 머물렀지만 2014년 600만 달러, 2015년 1200만 달러로 꾸준히 상승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초 베트남 하노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동남아 시장 진출에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앞서 지난 2011년에는 싱하맥주를 생산하는 태국 최대 주류기업인 '분럿그룹'과 제휴를 맺었고,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등 주요 국가 공항면세점에 소주를 입점시키며 동남아 지역 전반을 무대로 삼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추세라 올해 수출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에 따른 주류 소비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남아 시장은 위기에 빠진 하이트진로가 사활을 걸어야 할 시장이다. 실제 하이트진로는 현재 위기에 직면해 있다. 술을 먹지 않는 문화 확산과 술 소비량이 감소하며 국내 주류시장 전체가 침체된 가운데 하이트진로의 차입금 규모는 2조원대에 육박한 상황이다. 하이트진로가 보유 자산과 계열사 등을 매각해 온 데 이어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는 것도 이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라는 분석이다.
업계 안팎에선 동남아시장의 성패 여부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이트진로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 중이지만 그룹의 중대한 사안은 박 부사장의 영향력이 크게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박 부사장은 지난해 맥주시장에선 쓴맛을 봤다. '부사장' 타이틀을 달고 지난해 초 처음으로 '올 뉴 하이트'를 야심차게 출시하며 기존 하이트맥주의 낡은 이미지 개선에 나섰지만 성적표는 신통치 못했다. 지난해에도 하이트진로는 맥주 부문에서 4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동남아시장 공략의 성패 여부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 부사장은 지난 2015년 38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그룹 경영을 이어받았다. 경영컨설팅 기업에서 인수합병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2년 하이트진로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난 3년간 꾸준히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공교롭게도 주류 시장 전반이 극심한 침체기를 맞으며 그의 위기 대응능력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박 부사장이 진두지휘해 동남아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알려졌다. 하이트진로는 경제성장률과 인구분포, 주류소비 성향 등을 감안해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를 수출 전략국가로 선정했다. 동남아 소비자들의 입맛을 겨냥한 전용 제품 출시와 한국형 프로모션 등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함으로써 유통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28만 상자인 연간 동남아시아 소주 수출규모를 2020년까지 100만상자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시장 침체 속에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이 무의미해진만큼 하이트진로의 동남아 시장 성패 여부에 더 관심이 쏠린다"며 "사실상 글로벌 시장의 첫 무대로 삼은만큼 하이트진로의 향후 글로벌 사업을 판가름 할 중대한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대형마트 이온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 소주인 참이슬과 진로24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