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검팀과 경쟁 구도 '부담'
신중 모드…대통령 보다 '우병우 처리' 고심
2017-03-07 19:25:09 2017-03-07 19:29:37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국정농단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고검장)에게 “기존 특별수사본부 1기를 재정비해 특검팀으로부터 인계받은 '국정농단 사건'을 차질 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뒤 특수본은 전날 수사팀 재편을 완료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묘한 차이가 감지된다. 이미 지난 달 28일 특검팀 수사기간 종료가 확정됐을 당시 검찰에서는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 수사에 가장 먼저 착수한다는 방침을 세워놨다. 특검팀에서 인계받은 수사도 앞서 맡았던 수사다. 그러나 특수본은 지난 3일 특검팀으로부터 수사기록을 인계 받은 지 4일째인 7일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다만, 특수본 관계자는 8일 출입기자단과 ‘상견례’를 하겠다고 전해왔다. 지난해 10월27일 특수본이 처음 구성됐을 때 이 본부장은 당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며 청와대도 수사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특수본이 과거에 비해 걸음이 더딘 것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먼저 특검팀에서 수사했으나 미완으로 넘겨받은 사건 중 박 대통령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사건량이 훨씬 늘었기 때문에 예열 시간이 길다는 분석이다. 
 
특검팀은 전날 수사결과 발표에서 특검팀에 접수된 박 대통령에 대한 고발과 수사의뢰 12건을 검찰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탄핵심판에 영향을 줘서는 안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량도 만만치 않다. 영장청구 범죄사실 총 11개에 대한 수사기록만 총 25권이다. 여기에 특검팀이 따로 접수 받은 우 전 수석에 대한 고발과 진정, 수사의뢰사건이 16건이다.
 
그러나 진짜 속내는 특검팀 수사와 사실상 경쟁 구도에 선 검찰이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특히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에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특검팀은 그동안 국민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파죽지세로 수사를 진행해왔다. 반사적으로 검찰을 향한 여론은 벌써부터 박 대통령 보다 우 전 수석을 표적으로 검찰의 중립성을 문제 삼고 있다. 특검팀도 우 전 수석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재청구 할 경우 영장발부율이 100%라고 장담했다. 
 
이런 가운데 언론보도를 통해 불거진 우 전 수석과 검찰 수뇌부의 통화내역 의혹은 국민적 불신을 더 하고 있다. 특검팀이 보도 당일 사실과 다르거나 이번 사건과 관련성이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그만큼 검찰의 어깨에는 무게가 더 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이런 상황에서 전혀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 아니겠느냐"며 "내부에서도 한 번에 제대로 끝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만큼 본격적인 수사 착수 하는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도 “우 수석에 대한 수사 의지를 묻는 것은 ‘우 수석이냐 검찰존립이냐’를 묻는 말”이라며 “시간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 6일 오전 검찰총장이 서울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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