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아메리칸드림’과 ‘중국몽’이라는 서로 다른 꿈으로 충돌하고 있다. 동상이몽인 셈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는 ‘중화주의’의 다른 표현으로 볼 수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과 부딪치고 있다.

G2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이 우리에게 재미있는 이웃 동네 불구경이 될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처지가 어느 한 쪽 편을 들기가 어려울 정도로 구차하기 때문이다. 위기상황인데도 대통령은 탄핵인용을 눈앞에 두고 있는 국가 리더십 부재상태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이어질 대선정국 역시 미·중간의 격렬한 이해충돌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마저 앗아가 버릴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에 거주하는 한 중국인 친구에게 사드배치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가 평소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이었기에 중도적인 해법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한 내가 잘못이었다. ‘사드배치에 반대한다. 사드는 중국의 안보이익에 반한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대답은 중국 정부의 입장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얼마 전 중국의 한 신문이 한반도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입장을 보도하면서 '살계경후'라는 격한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곡예장에서 원숭이가 재주를 부리지 않자 주인이 닭의 목을 쳐 원숭이를 길들였다는 고사에서 나온 것으로 한국을 쳐서 사드배치에 나선 미국에게 경고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위해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강한 경고였다.
사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안보와 경제 모두를 좌우하는 뗄 수 없는 우방국이다. 문제는 안보와 경제 모두 어느 한쪽에 의존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우리에게 자칫 ‘대재앙’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치결정과정에 많은 논란이 있고 아직도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사드는 북핵에 대처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자위적 대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미국 역시 MD체계의 일환으로 보는 측면이 강하고 중국도 신경질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아직 본격화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대중교역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기업과 민간 입장에서는 사드보복을 체감하고 있다. 당장 한국의 드라마와 한국의 대중연예인들의 중국공연과 진출에 제동이 걸리고 있고 유학생들의 학생비자 마저도 제 때 발급받지 못하는 기이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주한미군의 시드배치가 앞당겨 현실화할 경우, 중국의 보복조치는 지금과 다른 차원에서 우리를 옥죄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중국의 대응이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데에 있다. 우리 정부가 중국이나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 사드배치를 철회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해법은 있다. 우리 정부가 합리적인 대응을 한다면 중국 역시 ‘대국’의 길을 가는 것이 옳다.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대국으로서 보여줘야 할 당당한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시 주석은 얼마전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다보스포럼’에 참석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서 자유무역주의의 수호자 역할을 할 것처럼 주장했다. 이웃나라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제재에 나서는 중국지도자의 말은 공허하게 들렸다.
중국은 경제대국이자 군사대국이다. 중국의 군사력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각국을 위협할 수 있다. 일본의 군비강화에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일본의 보수우경화는 북한과 더불어 동북아정세를 긴장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였다. 이제 중국의 군사대국화 역시 동북아는 물론 세계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까지 감시하는 군사레이더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중국의 책임있는 외교당국자가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기지부터 공격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것은 주권국인 한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군사적 도발이었다. 거꾸로 만일 우리가 한반도를 감시하는 중국의 군사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면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안보우려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진정성있게 노력했는지 되짚어봤으면 좋겠다. 시드와 북핵은 ‘이란성 쌍둥이’와도 같은 처지로 인식되고 있다. 시 주석이 제시한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몽을 현실화하는 수단으로 있다. 중국 역시 미국과 같은 방식의 패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중국은 ‘대국의 방식’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중국몽이 패권지향이나 중화주의의 부활이 아니라면, 시 주석이 선택할 수 있는 해법은 도처에 널려있다.
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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