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퇴직연금 사업자 아직도 맹신하나요
2017-02-10 08:00:00 2017-02-10 08:00:00
도입 11년차 국내 퇴직연금 시장규모가 150조원을 넘어섰다. 시행 당시 규모(163억원)와 비교하면 약 9200배 불어났다. 적립액 30조원에 못 미치던 지난 2010년과 비교해도 5배 이상 급증한 결과로 가입자수는 600만명을 웃돈다. 덩치는 이렇게 커졌는데 수익률은 거꾸로 간다.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에 큰 폭의 성과 하락을 보이면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퇴직연금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회사별 5년 연평균 수익률은 1.84%(메트라이프생명)~3.83%(신영증권)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1년 연평균 수익률을 상품별로 살펴보면 크게 엇갈린다. 두자릿수 성과를 기록 중인 상품이 있는가 하면 두자릿수 손실을 기록 중인 것도 많았다. 마이너스 20~25% 구간에 든 일부 상품도 눈에 띈다. 500조원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이 지난해 4%대 수익을 냈고 지난 5년간 코스피가 11% 성장한 것과 비교해도 초라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연간 부담하는 보수율은 변함이 없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해 사실상 '깡통' 퇴직연금이 태반인 상황에 최소 연 0.24%에서 최대 1.35%에 달하는 가입자 총비용 부담률은 유지되고 있다. 가입자 총비용 부담률은 가입자가 1년간 부담한 총비용(수수료(운용·자산관리)+펀드보수+펀드판매수수료)을 연말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나눠 산출한 값이다. 국내 퇴직연금 보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지만 금융사는 꿈쩍 않는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퇴직연금 가입자 개개인이 노후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기초적인 금융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준비 안 된 은퇴자에 막연한 공포감을 주던 '노후 파산'이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 모든 자산을 잃는 일이 늘고 있는 현실이어서다.
 
실제 60세 이상의 파산이 과거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까운 일본에서 노후 파산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국내 또한 안심할 수 없는 만큼, 퇴직연금은 노후 자금 마련의 안전판으로 적극 활용돼야 한다. 더욱이 DC(확정기여)형과 IRP(개인형퇴직연금) 도입으로 스스로 퇴직연금 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더 커졌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경우 모든 운용결과에 대한 리스크가 가입자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갈수록 금융상품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주요국의 경우 퇴직연금 교육, 특히 금융교육이나 자산운용 교육을 통해 근로자 스스로 적극적인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데 한계가 존재함을 인지하고 공감한다. 국내도 의무화돼 있으나 잘 실시되지 않고 있을뿐 아니라 되더라도 적립금 운용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여진다. 교육 한계를 고려할 때 디폴트옵션(자동투자) 상품은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시급한 과제지만 이 또한 당장 도입은 어려운 상태다.
 
결국은 스스로 노후를 지키기 위한 기초체력을 기르는 일이 우선돼야 한단 얘기다. 가입자교육을 통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단순 정보 수집이 아니라 진짜 은퇴와 노후를 설계하고 금융자산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퇴직연금 사업자는 정보와 지식이 풍부하고 투자경험도 많다. 하지만 그들도 허점이 있다.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손실이 나도 그들이 책임져주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맹신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차현정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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