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전 세계적으로 인수합병(M&A)시장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기업 간 인수합병 거래규모는 약 3조달러에 달했다. 이는 역사상 3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M&A가 활발한 미국 기업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전체 거래규모의 절반인 1조5000억달러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 비해 소폭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탓에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해마다 5000~6000여개 기업이 M&A 중개기관에 의뢰하지만 적합한 상대방을 만나지 못하거나 타이밍을 놓치는 탓에 성사비율이 7%를 밑도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4년 중소·중견기업 M&A전문기관인 한국M&A거래소(KMX)가 설립돼 눈길을 끌고 있다. KMX의 이창헌 회장을 만나 국내 M&A의 현주소와 앞으로 개선돼야 할 사항들에 대해 들어봤다.
이창헌 회장. 사진/한국M&A거래소
이창헌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후 M&A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10여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이 회장은 현재 한국M&A투자협회장, 한국투자진흥센터 회장과 함께 2015년 11월 결성된 한중투자포럼(한·중 약 200여 투자기관 참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중국·일본·인도·UAE·대만·홍콩이 참여한 M&A국제조직인 아시아M&A협회의 초대회장도 역임했다. 경력이 말해주듯 이 회장은 국내 M&A전문가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다.
“하나의 끝은 하나의 시작입니다. 인수합병(M&A) 없이 기업은 커 나갈 수 없습니다”
이창헌 한국M&A거래소(KMX)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 내내 M&A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M&A는 모든 경제의 중심으로 끝이 아닌 시작이고 중심”이라며 “M&A가 안 되면 투자도 안 되고, 새로운 성장동력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 M&A가 잘 돼야 국가적으로도 발전하는데 현재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네트워크와 정보력이 있어서 진행이 편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연결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스스로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는 소규모(거래규모 기준 100억원 이하) 기업은 그대로 두면 고용이 다 무너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M&A를 통해 이를 타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의 M&A가 활성화되면 빠른 속도로 기업의 성장과 산업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용정책과 관련해서도 “자꾸 새로운 기업들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려고 하는데 이미 창출된 고용 속에서 잃어버리는 고용의 수가 거의 20% 이상”이라며 “M&A를 활용하는 게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회장은 M&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타파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국내는 M&A와 관련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지만 해외는 다르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매도기업들을 보면 하다하다 안 될 때 팔러오는 탓에 잘 팔리지도 않고 팔려도 제대로 된 값을 받지도 못하는데, 미국 실리콘밸리는 잘 나갈 때 매각하면서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는 90% 이상이 M&A를 보고 투자를 한다”며 “기업공개(IPO) 90%, M&A 10%인 국내와 큰 차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전 세계 M&A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1~1.5%대에서 횡보하고 있다”며 “실제적으로 경제규모로 보면 3~4%로는 올라가야하는데 현재 저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M&A(크로스오버M&A)에 대한 마인드가 너무 약한데 따른 개선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지난해 10월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K-글로벌 커넥트 판교 페스티벌'에서 강의하는 이창헌 회장. 사진/한국M&A거래소
이 회장은 국내 M&A시장의 활성화와 정보비대칭 해결에 기여하고자 2014년2월 중견·중소기업 M&A전문기관인 KMX를 설립했다. 정부지원 없이 순수 민간자본으로 운영하고 있다. 자본금은 현재 18억5000만원, 업무수행 전문인력 회계사 20명, 변호사 5명, M&A 상근 전문 인력 15명 등 전문인력 70명이 근무 중이다. 국내 전문가 3만명, 기업수 6만개 기업 소속 조직, 단체와 협력하고 있으며, 이밖에 중국, 일본, 아세안 약 40개 조직과도 협력하고 있다. 설립 이후 M&A성사건수는 20여건을 기록, 올해는 목표를 35건으로 잡았다. 이 회장은 “올해 1월에만 75개 기업의 M&A희망자들이 의뢰를 해왔다”며 “향후 성사건수는 2배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KMX는 M&A 관련 국내 최다 정보(매도, 매수)를 자랑한다. 아시아M&A협회, 한국M&A투자협회를 모태로 국내외 M&A네트워크망을 구축, 이를 통해 지금까지 쌓인 M&A정보는 600~700개에 달한다. 이 회장은 “하루에도 7~8개가 들어온다”며 “웬만한 M&A부띠크가 1년을 소요해야 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KMX는 약 8년간의 연구, 준비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M&A거래시스템(MTS)을 운영(파트너·중개·매칭·시너지분석 시스템)하기 시작했다. M&A는 최적의 상대방 발굴이 중요한데 KMX는 네트워크 시스템인 전국망, 해외망을 통해 결집한 수많은 기업에 대해 내부에서 분석, 적합한 상대방 발굴·매칭, 기업가치평가·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한 공정한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 상대방발굴, 매칭을 위해 티저를 외부에 돌리는 다른 M&A중개기관과 다르게 KMX는 내부에서 상대방 발굴, 매칭을 진행해 보안유지와 비밀유지가 철저하다는 평가다. 기존 M&A부띠크는 외부에 티저를 돌려 상대방을 찾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매도자와 매수자간 매칭이 어려웠다. 이 회장은 “KMX는 다른 조직과 달리 내부매칭을 진행하고 있어서 철저한 비밀 유지가 가능하고, M&A파트너제도 등을 통해 조건에 맞는 상대방을 신속하게 발굴해 진행하는 최적의 매칭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M&A분야 산(MTS시스템)·학(on-off교육시스템)·연(M&A통계정보리서치시스템)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호연계된 시스템을 통해 M&A거래사 배출, M&A거래소 파트너 활동, M&A정책과 전략개발 수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피드백으로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한편, KMX는 오는 2020년에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는 IPO를 하기 위한 본격적인 첫 해”라면서 “그동안은 워밍업 단계였다면 올해는 이를 보다 더 강화해나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수료에 쏠린 수익원의 다양화도 이끌 계획이다. 이 회장은 “현재 주된 수익원은 M&A중개수수료이지만 향후 사모펀드, 중국, 일본 등과 비즈니스제휴를 통해 다른 형태의 수익창출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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