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습니다. 금융투자업계가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려면 먼저 국내에서 은행이나 보험산업과 비교해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거나 규제에 놓여있는 것의 불균형 해소가 필요합니다. 올해 중점적으로 이를 고쳐나가겠습니다.”
황영기 회장. 사진/금융투자협회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사진)은 6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연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은행·보험업권과 비교해 불합리한 규제의 균형을 맞추는데 주력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대표적인 불합리 사례로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 불허를 꼽았다. 황 회장은 “지난 2009년 4월 금융결제원에서 25개 증권사가 4006억원 규모(이후 3300억원 규모로 낮춤)의 돈을 내고 지급결제망에 들어오도록 허용됐고, 그러면서 국회에서 입법과정 중 우선 대인지급결제만 허용해주고 법인결제는 나중에 하자고 조건이 달렸는데 이러한 흐름이 8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에 반해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의 금융회사들은 증권사보다 규모가 작은데 이미 지난 2001년부터 지급결제망에 참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급결제망에 참가하면서 낸 돈이 상호저축은행은 380억원, 신협은 160억원 정도”라며 “지급결제망은 금융업 전체의 ‘인프라스트럭쳐’이고, 사용자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기반서비스로, 특정 업권이 독점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황 회장은 “이 문제는 금융결제원의 규약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데, 그 뒤에는 은행들이 있다”며 “현재 약속을 위반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다방면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외국환업무의 형평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증권사는 투자목적 이외의 외환 환전과 이체 등 외환업무를 못하는 상태”라면서 “은행들이 자신들의 고유영역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생상품시장과 관련해서도 ‘쓴 소리’를 내놨다. 황 회장은 “지난 5년간 파생상품시장에 일어난 비극을 생각하면 화가 날 지경”이라며 “2011년 거래량 기준 세계 최고였던 파생시장이 현재는 10위권으로 뒷걸음쳤다”며 “그간 정부가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여러 장치를 도입했는데 ‘과속 방지턱이 너무 높았다’는 느낌이다. 이를 정상적인 수준으로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펀드시장에 대해 황 회장은 “해외펀드 투자가 앞으로 많이 늘어날 것인데 해외주식의 경우 직접 투자가 펀드 투자보다 세금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면서 “해외에 직접투자하든 간접투자하든 세제상 차이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 세제혜택을 건의하고, 올해 일몰되는 비과세 해외주식투자 전용펀드와 관련해서도 몇 년 더 연장할 것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자본시장의 네 가지 미션으로 산업자금공급, 모험자본육성, 국민재산증식, 투자자보호를 꼽았다. 그는 “산업자금 공급도 잘했다고 말하기 어렵고, 기업자금공급도 미진하며, 모험자본육성도 증권업계가 주도적으로 키운 성공사례가 별로 없다”며 “국민들에게 부여받은 네 가지 업무를 자본시장이 열심히 한다고 애썼지만 아쉬운 것이 많았는데 올해에는 협회와 각 회사 대표들, 임직원들과 단결해서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황 회장은 업계 스스로의 노력을 주문했다. 그는 “현재 시장이 위축됐지만 금융사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전문성을 요구받는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수시로 말을 바꾸거나 거짓말을 하는 등 투자자를 기만하는 신뢰부족 기관에는 아예 손님이 가지 않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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