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문재인 대세론', 약인가 독인가
2017-02-06 17:05:00 2017-02-06 17:05:00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우리는 불확실한 세계에 살고 있다. 불안하기 짝이 없다. 사람들은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에서 환상(판타지)을 갈구한다. 얼마 전 끝난 드라마의 여운이 오랫동안 남아 있다. 지상파 채널의 드라마가 아니지만 20% 이상의 시청률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시청자들은 힘든 세상 탓에 주연 배우 공유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었다. 현실성이 없음에도 몰입에 방해가 되기는커녕 더 깊이 드라마 속 세상으로 자신을 감정이입 시켰다. 판타지 드라마가 이토록 우리들 특히 젊은 세대의 시선을 붙들었던 큰 이유 중의 하나는 현재 우리의 삶이 너무 피폐하고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국가리더십이 붕괴되고 국가경제시스템이 한순간에 무너진 상황을 잠시나마 잊게 만드는 묘약의 역할을 해준다. ‘도깨비’ 효과가 적지 않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극 중 매력적인 ‘도깨비’가 힘들 때마다 우리의 소환을 받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20여일의 행보를 뒤로한 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중도하차했다. 반 전 총장이 사라진 대선 판에 절대 지존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유력 경쟁자가 사라진 마당에 ‘문재인 대세론’은 더욱 고개를 쳐들고 있다. 양자대결이든 3자대결이든 차기 대통령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의 경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선거 공학적으로 절대적인 우위를 확보하는 게 ‘대세론’이라면 현재의 대세론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문재인 대세론’은 대선 과정에서 약인가, 독인가.
 
이번 대통령 선거의 핵심 키워드는 ‘책임, 통합, 안정’이다. 도덕성을 갖추고 통치 능력이 있어야함은 기본이다. 특별히 요구되는 덕목이 통합이다. 특히 세대, 이념, 지역의 갈등은 여전하다. 문 전 대표는 탄핵국면을 거치며 1위 후보로 올라섰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이후 ‘문재인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은 딱 절반에 해당된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세계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30일 실시하고 31일 발표한 조사(전국1011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적용 응답률13%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동의한다’는 의견은 50.3%였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 또한 44.6%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문재인 대세론’은 20~40대까지는 공감되지만 50대 중반 이상을 넘어서면 별로 공감 받지 못하고 있다. 세대 간 갈등의 골은 매우 깊다.
 
대선 후보의 이념 성향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특정 이념 기반이 지나치게 절대적인 경우 다른 이념 성향을 가진 정치 세력 및 국민들과는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대세론 행진 중인 문 전 대표의 핵심 이념 기반은 진보층이다. 진보 유권자층의 절반 정도가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념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들의 지지는 자신의 전체 지지율에 턱없이 모자란다. 중도로 외연 확대를 끊임없이 요구받는 이유다.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후보이므로 그만큼 대통령 당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리더십의 이념적 성격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게 마련이다. 후보시절엔 그렇다 치고 대통령이 될 경우 통합을 위해 이념적 중립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국가적 통합이 가능해진다.
 
다음 대통령은 국가 시스템이 붕괴된 지금의 상황 극복을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국민 통합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보수, 진보, 중도에 따라 공감 정도는 서로 다르다. 보수층에게 ‘문재인 대세론’은 자칫 정치적 편향 또는 정책적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이런 이유로 반 전 총장 중도하차 이후 안희정 지사, 이재명 시장, 안철수 전 대표, 남경필 지사, 유승민 의원 등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이 다음 정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된 문 전 대표의 경쟁력은 좋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대세론’에 안주하고 통합 노력을 등한시한다면 약이 되기보다는 독이 되기 십상이다. 쓴 소리를 보약으로 ‘대세론’을 ‘통합론’으로 바꾸어 놓는다면 유권자들의 우려는 기우에 그치고 말 것이다. 국민들은 힘들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대세를 형성하는 후보가 아닌 국민들의 마음을 읽는데, 국민들을 통합하는데 ‘대세’인 후보가 대통령 자리를 넘보길 희망한다. 드라마 속의 판타지처럼 촛불을 끄면 대세 배우 공유 같은 매력적인 지도자가 소환되어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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