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세계 최대 모바일 칩셋 제조사인 퀄컴이 궁지에 몰렸다. 세계 최대 IT업체인 애플마저 퀄컴의 '특허 갑질' 영업 방식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퀄컴은 한국, 미국, 중국 등 곳곳에서 독점적 지위를 앞세운 불공정 행위로 소송이 걸리면서 위기에 처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퀄컴이 핵심 모바일 칩부문에서의 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경쟁적 전략을 악용해 왔다며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성명서를 통해 "퀄컴이 수년간 관련도 없는 기술 특허와 지적재산권 로열티를 강요하는 불공정 행위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애플의 이번 소송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퀄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한 뒤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앞서 FTC는 "퀄컴이 이동통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베이스밴드 프로세서'의 지배적 공급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휴대폰 제조사를 압박하고 경쟁자를 몰아냈다"며 퀄컴을 고소한 바 있다. 이와 함께 FTC는 퀄컴과 애플의 독점계약도 지목하면서 "퀄컴이 애플에 자사의 칩만을 사용토록 강제하고 수십억달러의 리베이트를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퀄컴은 이같은 애플의 주장에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퀄컴은 "애플은 공정거래위원회나 FTA에서 반영됐듯이 전 세계의 여러 사법당국에서 퀄컴에 대한 법적 공격을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퀄컴은 지난달 국내에서도 '특허 갑질' 영업 방식 때문에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퀄컴이 국내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1조3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퀄컴이 국제특허법을 따르지 않고 특허 사용료를 과다 책정해 38조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판단, 과징금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당시 퀄컴은 공정위의 결정에 즉각 반발하면서 "공정위의 결정은 사실과 맞지 않고, 경쟁법의 근본적인 원칙들을 잘못 적용한 것"이라고 불복 의사를 밝혔다. 퀄컴은 공정위에서 정식 의결서가 나오는 대로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할 방침이다.
현재 퀄컴은 한국, 미국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대만에서도 비슷한 혐의로 경쟁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퀄컴이 휴대전화용 핵심 반도체칩에 대한 독점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경쟁적인 행위를 했다는 게 주요국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연달아 퀄컴의 특허 갑질 영업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고 말했다.
애플은 캘러포니아 연방법원에 퀄컴을 상대로 1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퀄컴 건물 외관.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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