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남북경협 사업에 뛰어든 기업가들이 개성공단에만 간 것이 아니다. 북한 내륙과 금강산에 진출한 우리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잊혀져 가고 있다.”
11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금강산기업인협의회 소속 기업인 5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해 10월4일부터 정부의 2010년 5·24 대북제재 조치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중단 등으로 최대 9년째 피해를 입고 있는데 대한 해법 마련을 촉구하는 ‘100일 철야농성’을 진행해왔다.
김한신 남북경제협력연구소 대표는 이날 농성장 철수 기자회견에서 “최장 9년 간 북한과의 접촉이 끊기면서 남북경협 기업인들은 투자 자산을 회수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확인도 못하고 있다”며 “개성공단보다 몇 배의 자산을 몰수당했지만 우리 국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정부는 책임지는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강산 관광에 투자했던 기업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종흥 금강산기업인협의회 명예회장은 “사업을 시작한지 1년 만에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며 빚만 남은 상태”라며 “정부 정책이 어느 일정한 인사에 좌지우지되며 편향적으로 가는 것에 대한 분노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교역길이 하루아침에 막히며 이들 기업이 겪고 있는 경제적 피해도 상당하다. 금강산 관광특구 내 기반시설에 투자해 관광사업을 해온 30개 업체로 구성된 금강산투자기업협회 소속 기업의 2015년 말 기준 매출손실 피해 추정액만 해도 5739억원에 이른다. 북한 내륙 투자기업 손실규모는 정확한 통계조차 추산하기 어렵다. 남북경협기업비대위 관계자는 “개성공단 기업과 달리 혈혈단신 진출해 자기 돈을 들여서 기반을 닦고 합의서를 만들기까지는 투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피해규모 자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은 2010~2013년 중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중단, 남북교역, 항공기 우회운항 등을 포함한 우리 측 피해액만 15조8239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기업인들은 이날 해단식에서 통일부를 대상으로 개성공단 내 보험가입 기업에 준한 보상과 세제·금융혜택 등의 지원책을 오는 3월 말까지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유동호 남북경협기업비대위 위원장은 “지난 9년 간 정부의 조치만을 기다려왔으며, 개성공단 피해기업 보전에는 통일부가 5200억원을 지원했다”며 “관련 조치가 없으면 향후 더욱 강력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지난 6일 농성장을 방문해 “피해지원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피해 기업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치권 차원의 논의도 진행 중이다.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청원심사 소위를 열고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회장을 비롯한 25인이 제출한 ‘금강산 투자기업 피해보상에 관한 청원’을 가결해 본회의에 부의했다. 최 회장 등은 국회에 제출한 청원서에서 “정책의 형평성을 고려해 정부가 개성공단 피해기업 중 경협보험 미가입 업체에 투자손실액 대비 45%를 지원하기로 한 것에 준하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소위 위원인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남북 긴장완화와 교류를 위해 금강산 관광이 효과를 많이 봤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의 결단에 의해 국민들이 피해를 봤다면 보호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관련 법안 발의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지난해 8월 금강산 관광 중단이나 5·24조치로 손실을 입은 경우 지원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다. 원 의원은 “남북경협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라는 평화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성장 동력을 잃은 한국경제의 활로”라며 “남북경협 재개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동호 남북경협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개최된 철야농성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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