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저금리와 기업 구조조정이란 악재를 뚫고 은행권 금융사들의 지난해 영업실적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여파가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란 호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깜짝 실적에도 은행들은 대놓고 웃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동안 업황이 나쁘다면서 각종 수수료를 올려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준금리 상승기를 앞두고도 예금이자는 슬금슬금 올리고 대출이자는 과도하게 올리면서 업황 악화를 핑계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일 증권정보사이트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KB·신한·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등 4대 금융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조3960억원으로 예상됐다. 이는 전년도인 2015년 당기순이익 6조344억원에 비해 22.5% 가량 증가한 규모다.
신한지주(055550)는 지난해 2조57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8.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105560) 역시 지난해 실적 전망치는 2조196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가량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깜짝 실적'에도 은행들은 표정관리에 신경쓸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업황이 어렵다며 자동화기기(ATM) 사용 수수료를 올려왔는데 좋은 실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은 만만치 않다. 김해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은행권 수수료 수익구조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중은행의 수수료 수입은 총 20조원에 이를 정도다.
지난해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 3분기까지 국민·신한·하나·우리의 수수료 수입은 1조1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은행들은 한 분기 순이익에 가까운 수수료 수입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를 계속 올린 것이다.
전체 은행 16곳 가운데 절반 가량이 작년에 창구나 ATM를 통한 타행송금, 통장 재발급, 외화송금 수수료를 올렸다. 여기에 일부 은행에선 오는 3월부터 거래잔액이 1000만원 미만인 보유 통장계좌에 대해 계좌유지수수료 부과를 진행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작년 수수료 인상은 수수료 정상화라고 해명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 호실적은 정부 부동산 정책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업황이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수료 인상 역시 과거 비정상적으로 낮은 부분을 정상화한 것이지 계좌유지수수료와 같은 새로운 수수료를 도입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 행사장에서 시중은행장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광구 우리은행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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