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다사다난했던 2016년, 증권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침체 장기화 속 조선·해운업종의 대위기에 갤럭시노트7 사태, 김영란법 시행 여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내증시는 그 어느 해 못지 않게 대내외적 부침에 시달렸다. 위기 속 빛난 업종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빛 바랜 업종이 훨씬 많았다.
조선·해운업종은 말 그대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전세계적인 조선 경기 침체에 따른 수주부진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70% 이상 감소했다. 국내 조선소의 해양 수주는 올해 말까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30여년 만의 최악의 경기 부진은 국내업체들에 그대로 전이됐고, 결국 지난 8월 한진해운의 경우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이 과정 중 지난 10월 이후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밖에 국내 조선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마저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악화된 업황을 실감케 했다.
다만 조선업종과 해운업종의 주가 흐름은 판이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조선업종의 경우 기저효과와 향후 수주 기대감의 영향으로 올 한 해 약 26.8%의 상승세를 보인 반면, 해운업종은 공매도 투기세력까지 가세하면서 29.4% 하락했다.
제약바이오주의 경우 상반기에는 지난해 한미약품의 기술이전 수출의 영향으로 성장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지만 하반기에는 힘없이 무너졌다. 잭팟의 꿈을 키운 한미약품이 이번에는 역으로 걸림돌이 됐다. 한미약품의 임상 차질 및 늑장공시 사태 이후 제약바이오주는 일제히 동반 하락했다. 여기에다
메디톡스(086900),
휴젤(145020) 등 보톡스 업체들의 균주출처 논란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결국 올해 제약바이오주는 약 15.0% 미끄러졌다.
화장품주, 여행주, 엔터주는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7월 한국 내 사드 배치가 공식 발표된 이후 중국은 지난 10월부터 중국 수입화장품 소비세 인하, 중국 저가 여행상품 규제안, 한국 콘텐츠 및 방송 규제 지침 등을 발표하며 직간접적인 보복 조치에 나섰다. 이 여파로 중국 관련 수혜를 꿈꾸던
아모레퍼시픽(090430)(-21.6%),
LG생활건강(051900)(-15.9%),
아모레G(002790)(-22.0%),
하나투어(039130)(-41.3%),
모두투어(080160)(-21.5%),
에스엠(041510)(-39.3%),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34.2%) 등이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했다. 화장품주는 23.3%, 여행주는 19.7%, 엔터주는 25.4% 하락했다.
반면 IT업종은 대체로 양호했다.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이 대규모 시설투자에 나서면서 관련 수혜가 업종 전반에 번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IT 주가는 올해 28.0%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삼성전자의 건재가 돋보인 한 해였다. 올 한해만 주가 상승률이 무려 49.2%에 달했다. 갤럭시노트7 발화 이슈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부문의 이익이 견조한 흐름을 보인 덕분이다.
은행주 역시 27.2% 상승하는 등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데다 은행주가 배당성향이 높다는 점도 강점으로 부각됐다. 철강과 기계장비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유가 반등 효과, 트럼프의 인프라 확대 공약 덕을 봤다. 철강주는 31.1% 강세를, 기계장비는 27.8% 상승세를 나타냈다. 건설주의 경우 부동산 경기 호황의 영향으로 13.1% 오름세를 보였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올 한 해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증권시장에서 조선해운주가 특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의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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