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시공제 확대 놓고 노동계 VS 전문건설 '설왕설래'
노동계 "임금체불, 높은 안전사고율 등 노동여건 개선"
전문건설 "하도급 물량감소로 업계 경영난 심화"
2016-11-30 11:00:00 2016-11-30 11:22:54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직접시공제 확대를 놓고 노동계와 전문건설업계가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노동계는 건설현장의 열악한 노동여건을 개선하고 부실시공과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문건설업계는 현 전문건설 면허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나고, 하도급 물량 감소로 전문건설업계의 경영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 모두 생존권이 걸린 문제여서 쉽사리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직접시공제는 발주처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원도급 업체가 직접 시공을 맡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건설업은 대형건설사 등 원도급 업체가 수주를 하고 직접적인 시공은 원도급 업체가 지정하는 하도급 업체가 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18대 국회에서 장광근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이학영 의원이 관련 내용이 포함된 법안을 발의하고 그동안 여러 차례 전문가 토론회가 진행됐지만, 치열한 찬반의견 대립으로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공사비 50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에만 직접시공제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건설노조 등 노동계는 직접시공제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100억원 이상의 공공공사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50억원 미만의 공사에 적용되는 직접시공제는 형식만 갖춘 생색내기 밖에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정훈 전국건설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임금체불 및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저가낙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견실한 업체가 아니라 저가 낙찰 업체 및 페이퍼컴퍼니, 브로커 업체를 키우는 구조로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원도급이 낙찰 받아 계약을 체결하지만 실제 시공은 임의 선정된 하청 업체가 수행하다 보니 원도급 업체는 시공능력이 아니라 하도급 관리만 치중하게 된다"며 "하도급 업체 공사 포기 시 부도 등으로 공사중단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발주자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실장은 건설 고용관리에 대한 책임성이 저하돼 숙련 내국인력 고용 및 육성책임을 외면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 인력을 채용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직접시공체계 확립을 위해 위반 시 처벌 등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직접시공제를 위반할 경우 1년 이내의 영업정지 또는 도급금액 30%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다만 노동계는 특허나 신기술 등이 적용돼 원도급 업체의 직접시공이 어려운 공종은 제외할 수 있다는 예외를 뒀다.
 
이에 대해 전문건설업계는 하도급 공사를 도맡아 하는 전문건설업계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토목공사 94%, 철근 콘르리트 공사 87%, 미장·방수·조적 공사 84% 등 전체 공사의 70% 이상을 하도급 업체가 시공하는 상황에서 원도급 업체의 직접시공이 확대될 경우 전문건설업계의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김문중 대한전문건설협회 건설정책실장은 "종합건설업체에게 직접시공의무 강제는 전문건설업 면허제도 도입 취지에 반하고, 직접시공 확대 시 하도급수행 업종에 심각한 피해를 유발한다"며 "건설업의 특성과 고용 구조상 원도급자의 직접시공을 확대하더라도 건설 근로자의 고용이나 처우가 개선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부적격업체 퇴출실태 및 직접시공 규제와의 상관관계, 건설기업의 제도인식, 종합건설사가 직접시공 시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지, 합리적 대안은 없는 지 등 직접시공 규제 도입에 따른 실익과 효과 등을 분석·검증 한 후에 확대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원도급업체가 직접 시공을 맡는 직접시공제 확대를 놓고 노동계와 전문건설업계가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서울 중구 만리재고개 인근 신축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철근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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