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대한민국 최고의 수사 집단은 누구인가
2016-11-24 06:00:00 2016-11-24 06:00:00
“오늘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증거를 엄밀히 따져 보지도 않고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뒤 그에 근거해 자신들이 바라는 환상의 집을 지은 것이다.”, “그동안 진행돼 온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익숙하다. 그동안 검찰의 정치권력에 대한 비리 수사 결과 발표 후 야권이나 시민단체 논평에서 늘 듣던 말들이다. 그러나 앞의 인용구는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의 반박문이다. 그는 지난 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결과 발표 후 A4용지 24매 분량의 의견서까지 공개하면서 검찰을 비판했다.
 
아래 역시 같은 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에서 따온 말이다. 특히 청와대 반응은 신선할 정도다.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니. 비록 껍데기만 남았더라도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이 얼마나 서러웠으면 저리 격하게 반응했을까. ‘천상천하유아독존’, ‘본투비 슈퍼 갑’으로 살아온 박 대통령은 이제 조금이나마 을의 심정을 헤아리게 됐을까.
 
시간을 돌려 참여정부 시절로 가보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측근들에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수사를 잘하는 집단은 검찰도 특검도 아닌, 특검을 앞두고 있는 검찰이다”라고 말했다. 어록에도 있다고는 하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특검’과의 질긴 인연 때문이다.
역대 특별검사 수사 총 열 두 번 중 다섯 번이 참여정부 때 있었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이니 매년 한번씩 있었던 셈이다.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음은 물론이다. 그만큼 노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의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의 말을 허투루 흘릴 수 없다.
 
실제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는 지금의 검찰을 보면 과연 그렇다. 특별수사본부 수사 착수 53일만에 현직 대통령이 사건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발 더 나가서, 대통령이 수사 결과를 부정하고 조사를 거부하자 “대면조사가 원칙”이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다. 곧 있을 특검조사에 대해서도 “사건을 넘기기까지 최대한 진실을 규명해 넘기는 것이 검찰의 도리”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검찰이 이만큼 대견한 때가 또 있었을까.
 
때문에 시민단체와 야권, 심지어는 여권에서도 이렇다 할 비판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최씨와 박 대통령 등에게 제3자뇌물죄를 적용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만 지적한 정도다. 그러나 검찰이 추가 기소의지를 분명히 밝히면서 수사기밀 유지상 그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한 것을 보면 수긍 못할 것도 아니다.
 
매우 주목할 점은, 검찰을 향해 보내는 국민의 박수나 응원의 소리 또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습된 실망과 트라우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나마 지금의 모습이 검찰 본래의 모습에 가깝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을 두고 굳이 칭찬할 필요는 없다. 검찰도 이를 바라거나 여론이 박하다고 서운해 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검찰은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아니 새로 얻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인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도 “지금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게 도리”라며 물러서 길을 비켜줬다. 이번이 아니면, 검찰은 일신할 기회가 없다. 박 대통령과 정부는 위기를 맞고 있지만 검찰은 지금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최기철 사회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