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기술 리더십을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등기이사 선임 후 보내는 첫 번째 대외 메시지로, 본격적인 경영 활동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 4일 이재용 부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 경영진과 만나 향후 운영 방안 등을 공유했다. 비브랩스는 지난 2012년 다그 키틀로스, 아담 체이어, 크리스 브링험 등 세 명의 AI 전문가가 설립한 회사로, 지난달 6일 삼성전자에 인수됐다.
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비브 랩스 경영진들과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부사장)이 기자설명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아담 체이어 비브랩스 CTO, 다그 키틀로스 비브랩스 CEO, 이인종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인수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다그 키틀로스 최고경영자(CEO)와 아담 체이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난 이재용 부회장은 "비브랩스의 AI 솔루션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더 큰 즐거움과 편리함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인수한 루프페이, 스마트싱스 등과 시너지를 냈던 경험을 살려 비브랩스와도 새로운 혁신을 개척하겠다는 것. 그는 "비브랩스의 솔루션을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반도체 등 삼성전자의 다양한 제품과 통합해 IoT 시대의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비브랩스와의 협업의 첫 가시적 성과는 내년 봄 쯤 나타날 전망이다.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8'에 AI 플랫폼을 처음으로 탑재하려는 것.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축적해온 기술에 비브랩스의 '개방형 AI 플랫폼' 솔루션을 접목하고자 한다.
비브랩스 경영진들은 이날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삼성의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 라인업을 통해 전세계 어디서든 사용 가능한 플랫폼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며 "첫 번째 시도가 갤럭시S8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함께 배석한 이인종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부사장)도 "갤럭시S8의 AI 플랫폼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용자들이 AI를 일상에서 소통하는 인터페이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개방형 AI 플랫폼이 적용되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없이 바로 음성 인식만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수행할 수 있다.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각자의 서비스를 자연어 기반의 AI 인터페이스에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TV,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가전제품 등 영역으로 점차 확대해 보다 광범위한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디바이스가 제공하는 메뉴나 기능에 사람이 맞춰야 했던 기본의 방식을 벗어나, AI를 통해 인간이 생각하고 인간이 소통하는 방식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만들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비브랩스와의 협업은 AI를 활용한 인터페이스의 혁명"이라고 소개했다. 과거 인터페이스의 진화 과정을 보면 키보드 기반의 타이핑에서 아이콘을 직접 클릭하는 마우스로, 더 나아가 터치 방식으로 변화해 왔는데, 이제는 AI가 그 주인공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스마트폰이든 냉장고나 TV같은 가전제품이든 인터넷만 연결이 되면 자연어를 사용해 원하는 것을 실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이를테면 냉장고에 '친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달라'고 명령을 하거나 휴대폰에 담긴 사진을 TV로 보여달라고 요청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만 그는 "갤럭시S8에서 이 모든 것이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러한 미래를 최종 목표로 삼아 단계별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과정에서 비브랩스는 중요한 구성요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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