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최순실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산적한 경제 주요 현안 문제들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일반 국민 뿐 아니라 정부 정책을 만드는 부처 공무원들조차 우왕좌왕 하는 상황에서 핵심 경제정책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져 앞으로 한국경제의 험난한 길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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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경제와 민생을 살피는 컨트롤타워가 존재하는지 한탄과 질타가 이어지고 있고, 부처 공무원들은 허탈감과 상실감을 토로하며 그동안 발표한 정책 발표안들이 제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 노심초사 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27일 제1차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어 대우조선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최근 서울 강남 등 일부지역의 투기 과열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한 점검과 대응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3일에는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9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상한 각오'를 강조하며 매주 경제장관회의를 열겠다고 했지만 일정을 잡지 않아 비난이 커지자 전일 급하게 일정을 조율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경제상황이 엄중하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대다수의 장관이 불참해 비난을 받은 여론을 인식한 셈이다.
기재부는 경제팀 주간 회의를 정례화 하고 첫 회의를 연데 대해 "최근의 엄중한 경제상황 속에서 경제팀이 비상한 각오를 갖고 대내외 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신설됐다"며 "현안 부처 장관 참석 하에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공유 및 주요 현안에 대한 신속한 의견 조율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정부가 최순실 파문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경제 컨트롤타워 실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현재 이 나라의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컨트롤타워가 있는 건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제가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지고 국민은 참담한 정치 상황과 힘겨운 경제현실이라는 2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부·여당이 최순실 지키기에 골몰한 나머지 경제를 포기하고 민생을 내팽개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날 열린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에서도 황교안 국무총리는 "경제와 안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국정운영이 흔들리면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민생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며 "주요 민생 정책과 안전 등 국민생활을 챙기는데 결코 차질이나 빈틈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실제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도 망연자실한 모습이라는 점이다. 세종청사 주변의 식당에서는 삼삼오오 모인 공무원들의 허탈한 대화만 이어지고 있다. 장차관들이 나서 '동요하지 말라'고 다독거리고 있지만 자괴감이 크다는게 한 목소리다.
경제부처 한 공무원은 "힘들게 밤 새워가며 내놓은 정책들이 최순실로 인해 손바닥 뒤집히듯 바뀔 수 있었다는 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지금까지 누구를 위해 일했는지 허무하고, 솔직히 예산안이고 뭐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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