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대한민국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최순실'이라는 여성을 주목하고 있다. 그녀뿐만 아니라 그동안 익명으로만 보도되다가 이제는 개명 전 이름까지 만천하에 공개된 그녀의 딸 역시 국민적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런 최씨가 결국 검찰의 집중적인 수사 대상이 됐다.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을 모금한 두 민간 재단의 설립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과 동시에 공교롭게도 검찰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민단체가 다수의 재단 관계자를 고발한 이후 일주일 만에 '상대적으로 수사 중인 사안이 적다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사건을 배당한 검찰은 최근 수사 인력도 늘렸다고 한다.
최씨 의혹을 관망하던 지상파와 보수 매체도 검찰의 수사와 함께 태도가 바뀐 듯 연일 단독 보도를 전하고 있다. '독일 축구의 전설' 차범근 전 감독이 전성기를 보내면서 둘째 아들까지 낳은 프랑크푸르트는 지금 이른바 '청와대의 비선 실세' 모녀에 대한 1순위 취재지가 돼버렸다.
최근에 드러난 최씨의 사진은 한 주간지에서 찍은 한 장이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어린 시절 박 대통령과 함께 찍힌 사진 몇 장을 보면 두 사람은 꽤 친한 사이로 보인다. 대통령 후보자 때부터 떠돌던 풍문을 제외하더라도 가족도 멀리한다는 박 대통령과 최씨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러한 와중에 박 대통령은 오늘 시정연설에서 개헌론을 제시했다. 정치 입문 후 줄곤 4년 단임제를 주장했던 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에 대해서는 이상하게도 "참 나쁜 대통령"이란 말과 함께 분명한 반대 견해를 내세우기도 했다.
애초 자신의 공약이라고도 말하지만, 해묵은 레퍼토리를 꺼내게 만든 박 대통령도 '정략적 목적'이란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 멀리 독일에서 전해지는 모녀의 이야기에 대해 나쁜 대통령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뜬금없는 카드보다는 스스로 의혹을 해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수사 초기 왜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사건을 배당했냐는 비판을 들었던 검찰에게는 수사부서가 어디든 상관없이 대통령이 요구했던 엄정한 수사가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기에 굳이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번 의혹이 완전히 해결되기 전에는 이미 SNS에서 수도 없이 접했던 질문을 그대로 전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최순실은?
정해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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