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간 경쟁제도’ 실효성 논란
"담합으로 스스로 보호장벽 허물어"…이해싸움 투쟁장 변모
2016-10-17 17:43:05 2016-10-17 17:45:49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중소기업들의 판로 지원을 위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가 시행 10년을 맞았지만 입찰 담합과 생산기준 위반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감사원 지적이 이어지면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중견기업계는  해당 시장을 파고들 목적으로 장벽 철회를 요구하면서 이해싸움 투쟁장으로 변모했다.  
일단 중소기업계는 “현실을 모르는 감사 결과”라고 반발했지만, 중견기업계는 “이번 기회에 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상반된 반응을 내놓는 것은 수십조원 규모의 정부 공공조달 사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은 “오는 11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중견기업인 격려 오찬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감사원은 지난 13일 경쟁제도 운영실태 감사를 벌여 31건의 문제를 적발하고, 그 결과를 중기청 등 관련 부처에 통보했다. 특히 “지난해 레미콘·아스콘 구매계약 92건을 점검한 결과 95.6%에 달하는 88건에서 조합에 의한 수량·가격담합, 일감몰아주기 등의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 해당 조합은 “레미콘, 아스콘은 납품하기 2~3시간 전에 생산해야 품질이 보장되는 한시성 제품”이라며 “(제도를 개편하면) 오히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즉각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가 입찰 담합, 생산기준 위반 등 불법행위로 점철됐다”며 “중소기업 판로 지원 및 혁신 경쟁이라는 원래 취지를 찾을 수 없이 일부 조합의 독점적 이권 획득 창구로 전락했다”고 제도 개편을 주장했다.
 
지난 2007년 도입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는 중기청장이 지정·고시한 일부 특정 제품에 한해 중소기업에게만 공공조달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제도다. 올해 5월 기준 204개 제품명이 지정됐다. 지난해 조달청을 통한 위탁 구매액만 17조원에 달한다. 집계가 어려운 공공기관의 자체 구매실적은 포함되지 않았다.
 
거대시장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시장”이라며 “중견기업이 됐으면 민간 시장에서 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중견기업계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입찰 자격도 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중소기업이 시장에 안주하지 않도록 경쟁을 허용해야 한다”는 반론이다.
 
일단 중기청은 중소기업계 논리에 손을 들어줬다. 중기청 관계자는 “정부 공공구매로 성장한 중견기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3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면서 “중견기업이 공공구매에 안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담합 등 각종 부정행위로 스스로 보호장벽을 허물고 있다는 비판은 중소기업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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