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가수이자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포크록의 전설 밥 딜런이 2016년도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당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무라카미 하루키 등 정통 문학가들을 제친 예상밖의 결과다.
스웨덴 한림원은 13일 오후 1시(현지시간) 올해의 노벨문학상은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한’ 밥 딜런(75)이라고 밝혔다. 문학 작가보다 음악가로 더 유명한 인물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밥 딜런은 1993년 소설가 토니 모리슨 수상 이후 24년 만의 미국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한림원 관계자인 사라 다니우스는 이날 “딜런의 작품에서 고대 그리스의 서정시인 호머나 사포와의 유사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며 “영어로 작성된 위대한 시”라고 표현했다.
딜런의 본명은 로버트 앨런 지머맨으로 1941년 미국 미네소타 덜루스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0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딜런은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에서 ‘딜런’이라는 이름을 따 예명을 삼을 만큼 시적인 표현을 즐겼다.
1963년 앨범 ‘더 프리휠링 밥 딜런’을 성공시키며 저항가수로 이름을 알렸고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등의 곡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딜런은 정치와 사회, 철학, 문학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한 깊이 있는 가사와 시를 써왔다. 항상 팬층이 두터워 노벨상의 단골 후보로 거론돼 왔었지만 전통적인 문학 작품들과 형식이 달라 전문가들은 유력한 후보로는 보지 않았었다.
국내에서는 ‘바람만이 아는 대답’(문학세계사)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이 발간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롤링 스톤즈의 전 베이시스트 빌 와이먼이 2013년 뉴욕타임스 오핀니언 란에 쓴 글을 인용하며 딜런의 수상을 축하하기도 했다. 당시 오핀니언란에서 와이먼은 “물론 딜런의 가사와 시들은 기존 문학 작품들의 관례에는 맞지 않지만 서정성이 매우 짙고 그가 저술한 주제들은 세월의 유행을 타지 않는다”며 “세상의 그 어떤 시인보다도 그의 작품들은 영향력이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노벨상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상금은 800만 크로나(약 11억원)다.
이번 수상으로 국내에서는 출판 뿐 아니라 음반 시장에서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성광 예스24 문학 담당 MD는 “대중 음악의 가사를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린 전설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출판뿐 아니라 음반 시장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 된다”며 “저서가 많이 없는 만큼 음악으로 밥 딜런을 이해하고자 하려는 대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가수 겸 시인 밥 딜런. 사진제공=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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