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성능브랜드 'N'개발…독일명차 고성능 역사 추격 '퀀텀점프' 기회
정의선 부회장 '신의 한수' 비어만 영입 이번에도 '성공 조짐'
2016-10-12 06:00:00 2016-10-12 06:00:00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변방의 빈국을 짧은 역사에 자동차 생산대국으로 일궈냈다. 이름 모를 국가에서 만든 ‘포니’가 미국시장에 소개된 이후 품질보다는 ‘저렴함’으로 승부했던 현대차가 지난 50년 간 세계 자동차산업 역사에 남을 만한 성과를 내면서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5위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일본 미쓰비시에서 엔진을 들여와 자동차를 생산하던 회사가 엔진을 자체 개발하고 유럽·미국·일본의 자동차 업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시킨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제 글로벌 톱3에 집입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작업만이 남았다. 그동안 양정 성장에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글로벌 브랜드 포드가 100년이 걸려 이룬 성과를 불과 50년만에 달성했다. 하지만 고성능차 브랜드의 부재는 2% 부족한 글로벌 고성능차 브랜드로의 질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이제 그 포문을 열었다. 현대차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2016 파리 국제 모터쇼’에서 고성능 N 콘셉트카 ‘RN30’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디자인 기아'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나서 고성능 브랜드 N을 진두지휘하면서 '고성능 현대차'에 대한 애정을 쏟아붙고 있다. 유럽을 놀라게한 ‘RN30’은 신형 i30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380마력을 발휘하는 고성능 2.0 터보 엔진이 적용된 트랙 전용 레이싱 콘셉트카로 일반도로보다 더 극한 조건인 트랙 주행에 적합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N브랜드는 정 부회장이 지난 2012년 고성능차 개발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한 이후 집중적인 육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해엔 알버트 비어만 전 BMW 'M'시리즈 연구소장을 현대차 고성능차 브랜드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비어만 부사장은 1983년입사해 30여년간 M시리즈 개발에 주력해온 인물이다. 정 부회장은 '디자인 기아'를 선언할 당시에도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디자인 총괄 책임자였던 피터 슈라이어를 삼고초려 끝에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 결과 완성된 ‘RN30’에는 현대차 N이 추구하는 ‘누구라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고성능차’의 특징을 충실히 구현하고자 모터스포츠로부터 영감을 받아 공력에 최적화된 디자인과 운전자가 차량을 쉽고 정확하게 제어하도록 도와주는 혁신적 기술이 적용됐다. 
 
엔진 출력을 높이기 위해 터보 사이즈를 증대시켰으며 일부 주조부품을 단조부품으로 대체함으로써 최대출력 380마력(PS) 및 최대토크 46kgf·m을 구현하는 등 엔진 블록의 내구성을 강화했다. 최대토크 허용 범위가 높아 고출력 엔진에 최적으로 대응하는 고성능 전용 습식 DCT를 적용해 레이싱카에 어울리는 다이내믹한 가속 성능과 변속 응답성을 구현함과 동시에 연비 향상을 이뤘다. 
 
‘RN30’는 잦은 선회와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도록 상시사륜구동(AWD) 방식을 적용했으며 주행 시 운전자가 운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하며 운전자의 조작 실수의 위험을 줄여 주는 고성능 특화 기술들이 적용됐다. 
 
적용된 기술로는 ▲스포츠 주행 중 변속 시 엔진 RPM을 차량 스스로 빠르고 정확하게 보정해 운전자를 돕는 ‘레브 매칭’ 가속감과 일치하는 강렬한 배기음을 구현하는 ‘전자식 가변배기시스템’ 급격한 선회 시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전자적으로 제어해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정교한 코너링을 돕는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 등이다. 
 
현대차는 내년 고성능 브랜드N를 출범하고 이번에 선보인 2.0 터보엔진이 장착된 양산형 차량을 선보일 계획이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시험 및 고성능차 개발담당 부사장은 "N브랜드는 현대차가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과 영감, 경험의 집약판"이라며 "운전자들이 드라이빙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차량 기술의 진정한 혁신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부회장의 N 브랜드 성능 개선을 위해 모터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13년 6월 독일에 모터스포츠 전담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2014년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처음 출전하는 등 관련 기술을 꾸준히 축적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이탈리아에서 열린 WRC 6차 대회에서 티에리 누빌이 개인 부문 1위, 제조사 부문에서 2위를 기록하며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정 부회장은 이처럼 WRC에 공을 들인 이유는 기술력과 내구성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함이다. 최근 주행성능을 즐기려는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고성능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중차 이미지가 아닌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현대차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고성능차 개발에 후발주자라고 폄하하기 쉽지만 BMW의 M브랜드, 아우디 S시리즈 등은 이미 1970년대부터 개발돼 30~40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고성능차 역사를 써나가는 속도가 터보엔진을 장착한 것 처럼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고성능차 개발을 위해 그동안 공들인 발자취. 사진/뉴스토마토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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