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유료방송과 지상파의 재송신료(CPS) 분쟁은 콘텐츠의 정당한 대가를 두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이다. 과거 유료방송은 지상파에 CPS를 지급하지 않았다. 지상파 콘텐츠의 보편적인 이용과 난시청 해소라는 큰 틀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이블TV, 인터넷(IP)TV 등 유료방송의 성장은 지상파의 주요 매출원인 광고수입에 위협을 가져왔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 매출은 2012년 2조1876억원에서 2014년 1조9013억원으로 감소했다.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2012년 61.1%에서 2014년 57.8%로 떨어졌다. 반면 유료방송의 점유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IPTV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에 지상파는 드라마, 스포츠, 예능 등 자신들이 만들어낸 콘텐츠의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며 CPS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유료방송은 즉각 반발했다.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지 않는 전국 약 95%의 가구에 지상파를 대신해 콘텐츠와 광고를 송출해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측의 대립은 결국 블랙아웃이라는 초유의 사태로까지 번졌다. 지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지상파 방송이 검은 화면으로 표시된 것. 이후 유료방송과 지상파는 CPS를 280원 수준으로 합의하고, 갈등을 일단락 지었다.
양측의 평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지상파는 지난해부터 CPS를 430원 수준으로 상향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료방송은 이번에도 반발했다. CPS를 산정하는 명확한 기준 없이 430원으로 올려주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갈등은 결국 법정으로 비화해, 현재까지 총 52건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갈등이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해 '재전송료 협의체'를 구성해 CPS 가이드라인 마련에 돌입했다. 이 와중에도 유료방송과 지상파의 대립은 멈추지 않았다. 올 1월에는 지상파가 주문형비디오(VOD) 공급을 빌미로 CPS 논의에 주도권을 잡으려 하자, 다시 블랙아웃 사태 직전까지 치닫기도 했다. 최근에는 MBC가 KT스카이라이프와 CPS 문제로 방송공급을 끊겠다고 하자 방송통신위원회가 11월2일까지 방송을 유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유료방송과 지상파의 해묵은 갈등인 CPS는 드디어 이번주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양측이 가이드라인을 얼마나 따를 지는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가이드라인으로 그동안 첨예했던 CPS 분쟁이 해결됐으면 좋겠다"면서도 "지상파와 유선방송 간 이해 차가 커 분쟁 해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8월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영섭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의체'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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