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을 판매하는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여 제품을 확인하고 최종 선택했다면 최근에는 방문 전 인터넷을 통해 디자인, 가격대, 사용자 후기 등을 확인하고 구매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합 디지털 미디어 전문기업 DMC미디어에 따르면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하기 전에 정보를 얻는 채널 중 인터넷 서치의 비중이 48.6%에 달한다고 한다. 제품 광고를 접하는 매체 또한 모바일 인터넷 비중이 32.2%로 1위를 차지했다. 구매 후에 소비자의 절반 이상은 제품의 이용 경험을 주변에 공유한다는 결과도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특히 모바일 기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정보획득이 용이해지면서 우리의 일상은 부지불식간 변하고 있다. 인터넷 네트워크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지인이 아니더라도 불특정 다수와 의견공유가 가능해져 온라인 세상에서 타인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은 현대인 의사결정의 필수 절차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 발달, 모바일 중심 커뮤니케이션 등 기술과 환경의 변화가 커뮤니티의 역할을 점차 확대시키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주된 용도는 커뮤니티 활동이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어느 조사결과에 따르면,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모바일 SNS활용 및 문자서비스 이용이 70%를 넘어선다고 한다. 일상을 함께 하는 스마트폰 이용 목적 중 상당부분이 커뮤니티 활동이라고 하니 커뮤니티는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커뮤니티 역할로는 크게 두 가지를 짚어볼 수 있다.
첫째, 커뮤니티 참여자들 간 정보공유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전 최선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같은 소비자들의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이다. 참여자가 커뮤니티 활동하는 주된 이유이며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큰 요인이기도 하다. 여행, 독서, 투자 등 공통된 관심사에 대해 여러 사람이 의견을 나누면서 집단지성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둘째, 기업체 비즈니스에 대한 주요한 의사결정 요인이다. 산업에 미치는 커뮤니티 참여자 의견의 영향력 또한 과거와 다르다. 커뮤니티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세상이다. 커뮤니티 내에서 공유되는 내용은 잠재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 불만사항, 개선요청 등이 되므로 기업이 1순위로 참고해야 할 의견이 된다. 고객 커뮤니티를 잘 활용한 글로벌 기업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이키는 ‘나이키 플러스’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맞춤제작 서비스를 제공한다. 원하는 디자인, 신발 부분별 색상 지정 등 자세한 부분까지 맞춤제작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나이키 이용자들의 운동기록, 소모 칼로리 정보를 공유, 비교가능하게 엮었다. 나이키는 제품의 생산, 품질관리, 판매를 넘어 사용자의 이용경험까지 지원하고자 한 것이다. 사용자는 구매 이후에도 나이키 커뮤니티 속에서 더욱 폭넓게 제품을 사용하고 지속적으로 그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금융권에도 커뮤니티를 비즈니스에 활용한 사례가 있다. 인터넷은행 피도르뱅크가 그 예다. 피도르뱅크는 SNS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확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피도르뱅크는 더 뱅커지의 ‘2013년 주목해야 할 은행’, 인터내셔널 파이낸스 매거진의 ‘2013년 가장 혁신적인 은행’에 선정되는 등 독일에서 가장 성공적인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평가된 바 있다. 현재 전직원 40여명의 피도르뱅크의 독일 내 고객수는 30만명으로 2013년 39% 성장, 2014년 76% 성장세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도 매우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도르뱅크는 금리결정을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통해 결정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거래를 시작한 고객이 피도르뱅크의 브랜드를 지지하고 홍보하는 경우 이자를 높여주며 인지도를 확산시킨 결과다.
또 온라인 포럼을 활용해 고객들이 자산관리와 관련된 질문을 올리고 다른 고객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커뮤니티를 형성했고 질문과 답변 등록시 인센티브를 제공해 활성화시켰다. 신상품을 개발할 때에도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반영하고자 노력했고 좋은 아이디어에는 포상하기도 했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트위터, 유투브 등 다양한 SNS채널을 활용해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리고자 했던 노력이 피도르뱅크가 독일 최고의 인터넷은행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국내 금융권은 아직 고객들의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데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안타깝다.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금융 커뮤니티 찾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금융에 대해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는 문화 자체에도 익숙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금융기관은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적극 소통하며 비즈니스를 운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 곧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할 때 금융시장은 한층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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