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칼럼)제3지대론, 그 가능성과 한계
2016-09-08 14:44:58 2016-09-08 14:44:58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내년 12월에 열리는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아직 1년 3개월이나 남았지만 잠재적 대선 주자들의 머릿속은 이미 복잡해진 상태다.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탈환이냐 기로에 서 있는 정당들도 이미 마음은 대선 앞을 향해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최근 떠오르고 있는 ‘제3지대론’이다. 여야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현재 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박(박근혜)과 친문(문재인)이 싫어 독자적 정당을 만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재오 전 의원은 이미 제3지대의 독자적 정당을 꿈꾸며 지난 6일 늘푸른한국당 창당 발기인 대회까지 마쳤다. 이 자리에 또 다른 독자 세력을 꿈꾸고 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참석해 축사했다. 이 전 의원은 이어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에게 ‘러브콜’까지 보냈다. 제3지대 중도세력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김 전 대표와 손 전 고문을 꼽은 것이다.
 
야당에서는 김종인 전 더민주 대표가 제3지대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새누리당은 친박으로, 더민주는 친문으로 계속 가고 있는데, 이렇게 간다면 중간지대에서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이라며 제3지대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김 전 대표는 특히 더민주 내부의 일부 비주류 세력과 함께 중간지대로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에 부합하는 인물로 새누리당 소속의 남경필 경기지사를 거론하는 등 당의 경계도 넘을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잠재적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대부분의 인사들이 이러한 제3지대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는 않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 내에서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남 지사 및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제3지대론에 부정적인 모습이다.
 
그렇다고 대선이 1년 3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제3지대론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상수가 남아 있고, 대선을 앞두고 ‘기회의 틈’이 벌어졌다고 판단되는 순간 친박과 친문의 울타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인물은 얼마든지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치 노선을 표방하며 신당이 창당된 사례는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제3지대가 만들어지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제3지대가 만들어지느냐의 여부다. 정당의 기본은 정책이다. 과거 제3지대를 표방하며 창당했던 무수한 정당들이 정권을 창출하거나 새로운 정치적 대안 세력으로 명맥을 유지했던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대선을 앞두고 정권을 잡기 위해 급하게 만들어진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정책 부재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만들어지는 제3지대도 과거처럼 대선만 바라보는 누군가의 정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도 제3지대가 어떤 정책을 표방하며 만들어지느냐에 관심을 쏟아야 된다. 기존 정당과 별 차이가 없는 세력이 마치 대안 세력인 양 제3지대를 표방하게 만드는 기회를 줘서는 안 된다. 진정한 정책으로 승부하는 제3지대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정경부 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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