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시장개입에 수월해진 새아파트 땡처리
수요자, 가격 더오를까 매수 의사 높아져…"건설사 밀어내기식 분양 연장해준 꼴"
2016-08-29 14:58:02 2016-08-29 14:58:02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정부의 때 잃은 주택시장 개입에 분양시장 침체를 우려하던 건설업체들만 잔여물량 땡처리에 대한 기대감만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향후 공급물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수요자들의 청약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건설업체의 밀어내기식 분양 기간을 더 연장해 줬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등 당초 예상됐던 부동산 경기 억제책이 빠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단기 호황 국면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당초 가계부채 대책 직격탄을 맞을까 우려했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오히려 투자문의가 늘면서 호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분양시장은 향후 물량 감소를 우려한 예비청약자들이 몰리며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분양열기를 내뿜었다.
 
지난 주말 수도권에서 견본주택 문을 열고 분양에 나선 한 단지는 예상치 못한 수요자들의 발길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8·25대책 발표 전 시장 침체를 우려했지만 단기적으로 건설업체에는 오히려 분양 호재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지 분양에 나선 A건설 분양관계자는 "전매제한 강화나 집단대출 심사강화 등이 예상됐지만 (공공택지)공급 축소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장기적으로 물량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을지 모르겠지만 수도권의 경우 분양시장 침체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상황을 조금 더 봐야겠지만 올해 말까지는 (잔여물량 소화에)큰 어려움이 없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양을 진행하는 건설업체들이 콧노래를 부르는 것은 물량 감소에 따른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더 오를 것을 우려한 수요자들이 주택 구매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송모(37·남)씨는 "공급이 워낙 많아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떨어질까 걱정돼 당분간 전세로 눌러앉을 생각이었는데 공급이 줄면 당연히 집값이 더 오를지 않겠냐"며 "마침 인근 장위뉴타운에서 분양을 진행해 견본주택에 다녀왔다.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주변에 새아파트가 많이 없어 대출을 받더라도 청약을 넣을까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으로 인해 수요자들의 주택구입 의사가 높아지면서 건설업체들의 막바지 밀어내기 분양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뉴스1
 
 
과잉공급에 따른 대규모 미분양과 분양시장 침체가 곧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이번 가계부채 대책이 예비청약자들을 다시 자극하면서 건설사들의 분양시장 막바지 탈출구가 열린 셈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업체가 자발작으로 물량 조절에 들어갈 필요성을 느낄 정도로 그만큼 많은 물량이 쏟아졌다. 또, 청약제도 완화와 저금리에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수요가 몰리며 그동안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려왔다"며 "지방을 시작으로 이미 입주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었지만 뒤늦은 공급조절이 결국 건설업체의 밀어내기식 분양에 힘을 실어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분양물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건설업체가 처리하지 못한 미분양 물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 여기에 막바지 분양 수요가 더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업체만 신바람이 난 꼴이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 분양승인 실적은 15만8891가구로, 지난해(52만5467가구)와 더하면 68만4358가구가 쏟아졌다. 반면, 이 기간 미분양 물량은 4만379가구(2014년 12월)에서 5만5456가구(2016년 5월)로 고작 1만5077가구 늘어나는데 그쳤다.
 
월별로 환산할 경우 지난해부터 매달 4만256가구가 팔려나간 셈이다. 이는 지난 2013년(29만8851가구가구)과 2014년(34만4887가구) 월별 평균 분양승인 실적이 2만6882가구였던 것을 감안하면 50%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