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여성 고용률 70%)험난한 재취업…돌고 돌아 음식점으로
경력단절여성 61% "5년 이상 재취업 못 해"
"면접보러 가면 계속 다닐 것인지 의심부터"
2016-07-18 13:43:17 2016-07-18 13:43:17
[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여성들에게 경력을 유지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다면 경력단절 후 재취업일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중 ‘경력단절여성 및 사회보험 가입 현황’을 보면 전체 경력단절여성 213만9000명 중 경력단절기간이 5년 이상인 여성의 비율은 61.2%였다. 특히 출산·육아기가 걸쳐 있는 30대부터는 5년 이상 경력단절 비율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해 30대 여성 3명 중 1명은 10~20년간 경력단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여기에는 자발적 경력단절여성인 비경제활동인구와 재취업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얻지 못 하는 실업자가 모두 포함돼 있다. 지난달 ‘고용동향’에서 여성 실업자 수는 4만1000명이었는데, 이 중 경력단절자에 속하는 취업 유경험자는 35만4000명이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7일 발표한 ‘여성의 취업 현황과 특징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여성 실업자는 대부분 창업보다 취업을 원하고 있었으며, 일자리 형태로는 시간제(21.8%)보다 전일제(78.2%)를 선호했다.
 
하지만 여성의 재취업 여건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고용부는 기업이 연공서열식 기업문화 및 인사시스템 속에서 30~40대 여성을 신규직원으로 채용하기 어려운 데다 경력직을 채용할 때에는 남성을 선호해, 여성이 경력단절 발생 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육아·가사에 대한 부담도 기업이 30~40대 여성 채용을 꺼리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육아를 위해 4년간 일을 쉬었던 박모(27)씨는 “출산 후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어봤는데 전혀 안 좋아하더라. 면접을 볼 때에도 모든 회사에서 아이가 아프면 집에 봐줄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더라”며 “아이가 아프면 결근이나 조퇴해야 할 상황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결국 몇 차례 퇴짜를 맞고 지금은 원래 하던 일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강도가 높은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결혼 후 임신·출산을 준비하기 위해 퇴사한 이모(31)씨도 “경력이 있으니 본래 다니던 기업보다 업무강도가 낮은 중소기업이나 협력업체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면접을 볼 때마다 차가 있는지, 운전할 수 있는지, 기숙사 생활이 가능한지 등 내가 수용하기 어려운 질문들만 받았다”며 “결혼을 했거나 아이가 있다고 하면 내가 회사를 계속 다닐 것인지 의심부터 갖더라. 결국 취업을 포기하고 내 사업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전문기술이나 자격증이 있다면 재취업이 수월한 편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재취업을 포기하거나 일자리를 갖더라도 낮은 근로조건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 여성이 주로 종사하는 업종은 도소매(16.1%), 보건복지(13.0%), 숙박음식(12.6%) 등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분야다.
 
이 때문에 재취업 활성화를 통해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취업 일자리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고용부 관계자는 “처음부터 일자리의 질이 낮았다면 재취업을 할 때에는 그보다 더 근로조건이 열악한 직장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근본적으로는 첫 직장부터 여성이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야 여성들도 경력과 전문성을 키워 기업들이 ‘활용 가능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경력단절 기간이 있다고 해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 26일 서울 성북구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6 성북구 여성일자리 취업박람회를 찾은 여성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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