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광복절을 앞두고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특별사면 실시 방침을 밝히면서 '죄 지은 총수'를 감내하고 있는 그룹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특히 이번 특사 목적이 '경제살리기'에 맞춰졌다는 점에서 재계의 기대감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월 설과 지난해 8월 광복절 두 차례에 걸쳐 특사를 단행했지만,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 제한'이라는 대선 공약과 맞물려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은 자제해왔던 만큼 이번 특사 분위기는 재계가 느끼기에도 전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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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살리기라는 측면에서 이번 특사는 분명 의미가 있다. 고질적인 내수 부진과 중국 등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특사 조치는 분명 국내 기업들에게 활력제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브렉시트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고 있고, 사드 배치 등 예기치 못한 변수마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대내외 경영환경은 극도로 불안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들만이 행할 수 있는 빠르고 강력한 의사결정은 경기 회복에 득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특사에 대한 원칙은 분명히 지켜져야 한다. 경제인들이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겠지만, 재벌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 국민들은 매번 '경제살리기'라는 이유로 죄 지은 총수들에 대한 특혜를 지켜봐 왔다. 그 결과 선심성 투자만 있었을 뿐, 국민들이 공감할 만큼 경제가 살아난 기억은 없다. 총수와 기업들의 도덕성이 정립됐다고 보기에도 힘들다.
이번 특사 대상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현 CJ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회장은 집행유예로 경영활동 제약이 모두 풀리지 않은 점이, 이 회장은 유전병과 신장이식 수술 이후 계속된 합병증이, 최 부회장은 선고형량의 90% 이상을 채웠다는 점이 정상참작의 이유다. 다만, 이들 대부분은 갖은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돼 실제 수감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법정에 들어설 때마다 휠체어 신세를 지면서도, 특사 이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건강을 회복한 앞선 여러 사례들에 대한 국민정서도 고려돼야 한다.
"과거 임기 말에 이뤄졌던 특별사면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 더구나 국민정서와 배치되는 특별사면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정부패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고, 그러한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13년 1월 당선인 시절 했던 말이다. 그의 말처럼, 국민정서를 반영한 '원칙' 있는 사면을 기대한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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