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초기 판매 경쟁에서 증권사를 따돌린 시중은행들이 이제는 수익률 공개와 ISA용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는 증권사를 크게 이겼지만 수익률이 저조하면 고객을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달 중순 ISA용 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될 경우 높은 수익률을 좇아 투자자들의 대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이 일임형 ISA 수익률을 비교 공시한 데 이어 은행권 또한 이달 말 누적 수익률을 공개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증권사보다 한 달 늦게 ISA 일임형 상품을 출시했기 때문에 이달 말부터 수익률을 공시한다. 시중은행들은 1% 안팎의 수익률을 예상하고 있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포트폴리오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중위험·중수익 상품 구성의 ISA 수익률은 1%선은 넘은 것으로 확인했다"며 "연 환산 수익률로는 4%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상품 구성군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은행간의 수익률이 비슷한 것으로 안다"며 "평균적인 수치가 1%대라는 것이고 마이너스에서 3%대까지 수익률 밴드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말 증권사의 일임형 ISA수익률은 공개된 바 있다. 상품 포트폴리오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크지만 증권사 전체 평균 수익률은 1.32%로 무난한 성적을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증권사의 상품 구성을 보면 해외주식형펀드 투자 성과가 좋았던 부분이 있는데 은행에서도 이 정도의 자산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며 "다만 은행업 특성상 증권사 보다 위험을 낮추다 보니 수익률이 떨어지는 부문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7곳이 일임형ISA를 판매하고 있다. 전체 일임형ISA 가입자 중 70% 이상이 은행을 통해 유치됐고 투자 금액에서도 전체 83%가 은행 계좌로 유입됐다.
하지만 3개월 운용 실적이 좋지 않으면 이 같은 유치실적은 말그대로 거대한 모래성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일임형ISA 수익률이 증권업권 대비 낮은 수준으로 나올 경우, 조만간 시행되는 ISA 계좌이동제와 맞물려 업권간 혹은 금융사간의 고객 대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SA는 한번 가입하면 중도에 해지할 경우 세금 혜택 등을 받을 수 없어 3~5년은 묶어둬야 하는데,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고객들이 ISA 수수료는 물론 수익률을 꼼꼼히 비교해 금융사 '갈아타기'를 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당초 이달 1일부터 ISA 계좌이동제를 시행키로 했으나 은행권에서 전산시스템 테스트를 이유로 연기를 요청하면서 오는 15일 전후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에서 계좌 이동을 위한 시스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계좌이동제가 도입되면 ISA 경쟁 환경이 본격적으로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서 고객이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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