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원이 '국가기관'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이찬진 금감원장의 발언을 놓고 내부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독립된 기구 역할을 위해 국가기관 지정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최근 공공기관 지정을 가까스로 피한 금감원 직원들로선 다시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습니다.
"공공기관 논란 불씨 살아날라"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감원을 국가기관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민간으로 있다면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저의 소신"이라며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면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일본 금융청 같은 국가기관으로 하면 문제 소지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꺼진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옵니다.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은 안된다고 하면서 국기기관으로는 가야한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논리가 맞지 않게 됐다"면서 "원장 발언 취지는 이해하지만 권한만 요구하는 방향으로 비칠까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 인지수사권 부여가 뜨거운 감자인데 국가나 정부 통제가 필요하다는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 된다"라며 "공공기관 지정 유예를 받은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29일 재정경제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판단을 유보하고 내년에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이 원장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이 제기될 당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가기관화를 언급한 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확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금감원 특사경은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 중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은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를 개시·진행할 수 있습니다. 범죄 혐의를 인지하더라도 검찰 승인 없이는 수사 착수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 수사권을 부여하라"며 금감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인지수사권 부여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민간기구인 금감원에 대해 특사경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는 게 맞는지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원장의 발언도 관련 논란을 불식시키 위해선 금감원이 국가기관이 돼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 원장은 다만 "금감원은 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로부터 독립성, 자율성, 전문성이 강조돼 출범한 기구"라면서 "그런 배경으로 독립성, 전문성, 특수성이 있다는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직 이기주의 오해 우려"
금감원이 국가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의 행정권을 직접 행사하는 감독기관으로 재편됩니다. 이 경우 금감원은 금융시장 감독과 검사, 제재는 물론 인지수사권 역시 국가 사법권의 일부로 행사하는 구조를 갖게 되는데요. 금감원 임직원들은 국가공무원 신분을 갖게 되며, 예산과 조직은 국회의 통제를 받습니다. 권한 행사에 대한 법적 책임과 통제 장치가 명확해진다는 점에서 인지수사권 부여에 따른 위헌·위법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내에는 이미 유사한 형태의 국가기관들이 존재합니다. 금융정책과 감독의 최상위 기관인 금융위원회는 행정부 소속 국가기관으로, 인허가와 제재 등 핵심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감사원 역시 독립된 국가기관으로서 조사·감사 권한을 갖고 있으며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도 정부로부터 독립된 국가기관의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연방정부 산하 독립기관으로 조사·제재·소송 권한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의 일본 금융청 역시 국가 행정기관으로서 금융감독과 검사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감독기구는 모두 국가기관 지위 아래에서 감독·수사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반면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국가가 설립·관리하는 기관이라는 점은 유지되지만 국가 권력을 직접 행사하는 기관은 아닙니다.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면 기획재정부 산하 공운위의 관리·감독을 받게 되고, 경영평가와 인건비·보수 체계 통제를 수용해야 합니다. 공공기관은 원칙적으로 수사권이나 사법권적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지수사권을 유지할 경우 법적 성격과 권한 간 불일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금감원의 국가기관 지정과 공공기관 지정 논의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인지수사권을 포함한 감독 권한을 어떤 책임 구조 속에서 행사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선택의 문제로 이어진다"며 "어느 방향을 택하든 금융감독 체계 전반의 구조 개편 논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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