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기자] 국내 채권시장은 공모시장 양극화와 사모시장 미발달로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최근 적격기관투자자(QIB) 중심의 사모시장 활성화 기반 마련을 위한 관련 규정이 마련된 가운데 이 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30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채권 QIB 시장 개요 및 제도 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공모시장 위축 우려로 인해 금융기관, 공기업, 채권 상장법인과 총자산 5천억 이상 기업들의 발행을 금지하는 등 엄격한 규제로 투자유인이 부족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도입된 QIB를 통해 회사채를 발행한 곳은 에스엔텍(160600) 한 곳에 불과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서는 지난 22일 '증권의 발행 및 공시등에 관한 규정',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해 규제를 완화했다. 발행기업과 적격기관투자자 범위를 확대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투자혜택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발행기업에는 총자산 2조원 미만 기업들이 포함됐고, 적격기관투자자에는 저축은행, 저축은행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 등이 추가됐다.
또 개편된 QIB제도에서는 기존 보유현황 보고를 폐지하고, 일괄등록제도를 통해 발행인이 QIB대상증권 발행 한도를 협회에 사전등록하고 간소화된 서류제출만으로 수시 발행이 가능토록 했다.
김한조 금융투자협회 채권부 과장은 "QIB제도를 통한 채권 발생 시 기존 공모·사모와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모시장 대비 공시부담 완화와 발행기간 감소 효과가 있으며, 보호예수 50매 미만 권면분할 금지 불필요 등에 따라 사모시장대비 유동성 제고의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해외 QIB제도를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황세운 실장은 "미국의 QIB제도는 채권뿐만이 아니라 주식에 대해서도 허용이 가능하다"며 "QIB계정으로만 거래가 가능하고 일반 채권에 비해 디스카운트 정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QIB 시장의 규모를 늘려 채권 발행시장의 균형발전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도 나온다. 김한조 과장은 "우리나라는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공모가 80.3%, 사모가 19.7%인데 반해, 미국은 공모 36.1% 사모 44.2%, QIB 19.7%로 사모시장에서 발행된 채권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신용등급과 중소기업 채권 발행 활성화를 통해 하이일드 본드 시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회사채 중 투기등급이 BB이하는 0.8% 불과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모채 발행이 가능했던 기업들이 사모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에 목표로 했던 중소·중견 기업들의 발행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또 QIB제도는 공모 회사채에 비해 신용평가 부담과 증권신고서 제출 등의 의무가 없어 공모채 시장 자체가 구축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이 30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채권 QIB 시장 개요와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홍연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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