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이 시대적 과제"
교섭단체 대표 연설서 "소득격차 해소 통한 기회균등 보장해야"…개헌 논의 필요성도 제기
2016-06-21 16:50:24 2016-06-21 22:25:13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을 시대적 과제로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을 강조했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개헌 논의를 즉시 시작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상법 개정하고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할 것”
 
‘경제구조의 대전환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합시다’라는 제목의 이날 연설에서 김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일자리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국민들이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대 경제세력이 나라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김 대표는 “재벌 총수의 전횡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한 상법 개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19대 국회는 관련 법률 제정을 통해 감사원과 조달청, 중소기업청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했다. 그동안 공정위가 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해 기업들의 불공정행위가 고쳐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지만 전담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 대표는 “전속고발권의 실질적 폐지는 한국경제의 일상화된 독점의 폐해에 손을 대겠다는 국민적 의지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해당 내용을 재차 강조하며 추진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기존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의 전환도 정부에 촉구했다. 김 대표는 “양극화와 2%대 저성장이라는 악조건이 겹친 대한민국 경제는 이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정한 분배구조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 30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과 관련해 최근 스위스가 실시했던 국민투표를 언급한 그는 “소득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경제주체들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극복과 가계부담 경감 등과 함께 국민안전 보장, 전관예우 퇴출, 조세개혁 등의 과제도 제시했다. 조세개혁 부분에서 그는 “조세부담률을 감세정책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며 국회에서 세제개편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제안했다.
 
협치를 통한 ‘경제국회’가 20대 국회의 과제라고 제시한 김 대표는 “정부도 총선 민의를 받들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경제의 틀을 짜는데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과 승자독식 권력구조는 여러 가지 부작용과 정치 혼란을 초래했다”며 “경제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5년 단임제는 중장기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당과 정파를 초월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새누리 정진석 원내대표와 해법에서 차이
 
김 대표의 이날 연설 중 성장 중시 정책을 비판한 점은 전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제 성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분배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 내용과 유사한 인식으로 보인다. 대기업 등 거대 경제세력의 독과점을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한 것은 정 원내대표가 “일부 대기업은 부의 집중과 불공정한 갑을관계로 경제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외래어종 ‘배스’와 같다”고 비유한 것과 비슷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해법 마련 과정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정 원내대표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재직중인 ‘고임금 노동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대폭 양보해야 한다는 이른바 ‘중향평준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반면 김 대표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 기본소득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로 빈곤층 대상 제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상반된 인식을 보였다.
 
◇새누리 “경제민주화 만병통치약 아니야”…야당은 “공감하는 부분 많아”
 
김 대표의 이날 연설에 대해 김정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자유민주주의 질서 하에서 이룩한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성과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일부 문제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이해한다”며 무난한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다만 경제민주화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억지스러운 논리의 비약”이라며 “경제민주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경제민주화 주장을 위해 사실관계도 오해한 부분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현재 공공기관으로 한정하고 있는 청년고용의무 이행 대상을 300인 이상의 대기업들로 확대하자고 한데 대해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더민주 소속 지자체장 관할 공공기관들이 청년 고용의무를 지키지 않으면서 기업 떠넘기기 해법만 남발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책 대안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장정숙 원내대변인은 “현 정부 탄생에 기여한 특급 참모장 출신답게 시원스럽게 지적하고 비판했으며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면서도 “일자리 창출을 선결과제로 내세웠지만 내수활성화만으로는 미래일자리와 먹거리를 준비할 수 없다는 성장 대안에 한계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을 강조한 것은 경청할 만하다”면서도 “해법 마련에서 중요한 당사자인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노동자의 주체형성의 과제와 역할이 빠져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운데)가 21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후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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