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상반기 경기민감업종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이 확정됐다면 하반기에는 은행권의 부실채권 처리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미온적인 부실채권 정리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실채권 비율(총 대출에서 고정 이하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상태다. 부실채권을 정리하려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의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2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은 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부실여신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대손상각 등 부실채권 정리에 소극적인 부분이 있다고 부실채권의 신속한 정리를 강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하반기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연말로 갈수록 표면으로 드러나는 부실이 많을텐데 부실채권 비율이 2%를 넘길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국·일본보다도 우리나라 부실채권 비율이 높다"며 "올 하반기에는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국내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1.87%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10년 3월의 2.0%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는 31조3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조3000억원, 1년 전과 비교하면 6조6000억원 늘었다. 지난 2001년 3월 말 38조1000억원 이후 15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부실채권 급증은 기업 구조조정 여파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부문별로 보면 기업여신 부실채권이 29조2000억원으로 93% 이상을 차지하며 가계여신을 압도했다.전년 동기(22조원) 대비 기업여신 부실채권은 7조2000억원 급증했다.
외국 주요국가와 비교해서도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미국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54%, 일본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1.53%다. 2011년만 해도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1.36%로 미국(4.29%)과 일본 은행(2.40%)보다 크게 낮았으나 지난해 말부터 역전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실채권 비율이 늘어나면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실물 부문에 대한 원활한 금융지원이 어려워 경제 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부실채권을 정리하려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말 기준 은행권 전체 부실채권 비율은 1.87%인데, 총 대출 규모는 1673조8000억원이다. 총 대출잔액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부실채권 비율을 주요 선진국 수준(1.5%)로 낮추려면 6조2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한다.
이미 상반기 실적 전망은 어둡다. 1분기는 저금리 기조에도 구조조정 등이 본격화되지 않았고 일회성 수익 등이 나오면서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2분기 실적은 충당금 추가적립 등으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수은행으로 분류되는 농협은행의 경우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추가 충당금으로 하반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으로 낮추면서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의 NIM을 하락시키고, 대출증가율이 크게 높지 않은 한 이자이익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부실자산 처리를 지연하지 말라고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라고 지금도 강조하고 있다'며 "부실징후기업들에 대한 신용위험평가가 예년보다 강한 수위로 진행되고 있는데 하반기에도 충당금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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