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 지난달 28일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다시 사회적 이슈가 됐다. 배고플 때 먹으려고 가방에 컵라면을 챙겨 다니던, 이제 갓 스무살 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에 추모 여론이 들끓고 있다. 비단 구의역 청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산재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4년부터 지난해까지 8만9000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매일 5명씩 산재로 숨지고 240명씩 다치거나 질병에 걸린다. 자칭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현실이 이렇다.
특히 지난해 전체 산업재해의 94.3%, 사망재해의 93.5%는 30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달리 말하면 대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는 전체 산재의 5.7%에 불과하다.
자칫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안전관리에 취약하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 규모가 아닌 원·하청 거래관계의 문제고, 관리가 아닌 구조의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용역·협력업체, 사내하도급업체 등 대기업에 경제적으로 종속된 중소기업은 재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용역·협력업체 선정이 이뤄지면, 중소기업들은 생산단가에 포함되지 않는 안전관리 비용부터 깎고 본다. 그 다음은 인건비다. 그렇게 노동자들은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채 작업에 투입되고, 두 사람이 하기에도 버거운 일을 한 사람이 맡게 된다. 설사 용역·협력업체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원청 대기업은 부담이 없다. 재해보상 등 법적 책임과 보험료율 할증은 모두 용역·협력업체가 떠안는다.
이런 상황에서 용역·협력업체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산재를 은폐하거나, 늘어난 부담만큼 인력을 축소하거나다. 사고가 났다고 해서 안전관리를 강화할 여력은 중소기업에 없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재해로부터 안전한 편이다. 산재보험료율 할증과 건설공사 입찰 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안전관리에 투자라는 걸 하기 때문이다. 그래봐야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 되지 않는다. 위험 업무들을 대부분 용역·도급으로 떼어낸 덕이다. 이윤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원청 대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모든 용역·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고통을 분담하지만, 이 과정에서 절감된 비용은 모두 대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결국 또 다른 구의역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위험의 외주화’를 제한하는 방법 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제도화가 어렵다면, 우선 용역·협력업체에서 발생한 산재에 대해 원청업체에 연대책임을 물려야 한다. ‘이윤을 취하는 쪽과 책임을 지는 쪽이 다른’ 구조적 모순을 유지한 채 다른 방법을 찾겠다는 건 하루 5명씩 죽어나가는 지금의 상황을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열쇠는 고용노동부가 쥐고 있다. 용역·하도급거래에 관한 법령 개정은 유관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문제지만,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산재보험 보험료징수법 개정을 통한 원청의 안전·보건상 책임 강화는 고용부 주도로 가능하다. 노동법으로 민사상 계약행위를 제한할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할 게 아니라 당장 가능한 일부터라도 해야 한다.
김지영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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