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초기 스마트폰 시장 개척에 한 몫 했던 HTC와 블랙베리의 부진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신제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한 때 명성을 되찾고 싶어하지만, 애플과 삼성 등 선도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굳어지는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일은 녹록치 않다.
타이페이타임즈 등에 따르면 왕쉐훙 HT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 열린 투자자미팅에서 부진한 실적과 이에 따른 주가 하락 등을 사과했다. 그는 "HTC에게 2015년은 시련의 한 해 였다"며 "회사의 사업구조 재편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HTC는 155억대만달러(약 5640억원)의 손실로 1년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1분기에도 48억대만달러의 영업손실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플래그십 모델 HTC10을 공개했던 4월 매출이 57억대만달러로 전달대비 38% 반등했지만 전년 동월보다는 여전히 60% 낮다. 이에 주가는 60대만달러 아래로까지 내리기도 했다.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2011년 1300대만달러에 육박했던 것을 상기하면 매우 초라한 성적이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 선보인 HTC의 전략 스마트폰 'HTC ONE X9'의 모습. 사진/뉴시스·신화
어두운 상황에서도 왕 CEO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놓지 않았다.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와 함께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 중인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가상현실(VR)과 스마트워치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내세웠다.
실제로 HTC는 최근 중국 시장을 겨냥한 'HTC ONE ME'를 출시하고, 중동과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인기가 높았던 디자이어 시리즈의 후속작도 준비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월 말 출시한 VR 디바이스 'HTC 바이브'는 예약판매 10분 만에 1만5000개 이상의 주문이 몰리기도 했다. 2250명을 감원한 구조조정은 3분기 즈음 마무리 될 전망이다.
하지만 성공 여부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남는다. HTC가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 중국, 인도 등은
삼성전자(005930)와 애플 등 글로벌 메이커와 로컬 기업들이 혈전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독특한 매력이 없는 제품은 살아남기 어렵다. 이번주 중 출시될 것으로 예견됐던 첫 번째 스마트워치는 가을로 출격 시기가 돌연 연기됐다. 스마트워치의 출시가 지연된 것은 벌써 세 번이 넘는다. 시장의 기대감은 낮아질 대로 낮아졌다.
'오바마 폰'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했던 블랙베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4분기(12~2월) 실적 발표 후 존 첸 CEO는 "올해 안에 스마트폰 제조사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사업을 접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안드로이드OS를 첫 탑재하며 지난해 말 야심차게 선보인 '프리브'가 글로벌 판매 60만대에 그친 것 등을 감안하면 블랙베리의 부활은 요원하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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