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006800))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 13일 미래에셋대우 임시주주총회에서 비상근 미등기 임원도 회장 직위를 맡을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개정안이 통과된 결과다.
그는 앞서 미래에셋대우 회장(비상근 미등기 임원)에 올라
미래에셋증권(037620)과의 합병(통합)작업을 진두지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비쳐온 터였다. 증권업을 성장산업으로 보고 ‘증권 사관학교’로 불리던 대우증권 인수를 1년 넘게 눈여겨 본 끝에 2조원 넘는 베팅에 스스럼없이 나서며 손에 쥔 그는 수차례 대우증권의 경쟁력과 인적자원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왔다.
이는 최근 미래에셋대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미래에셋을 덮어씌우는 게 아니라 미래에셋대우를 창업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며 증권업계 전통의 강자였던 대우증권 직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포섭하겠다는 의지로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하지만 대우증권 직원들을 끌어안겠다고 한 그의 발언에 아직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다. 소통력이다. 미래에셋대우 회장에 올라 합병작업에 매진하겠다고 밝혔을 뿐 노조 문제 등은 홍성국 사장 등 기존 경영진들이 할 일이라며 뒷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구조조정은 없다. 오히려 양사 통합 시 인적자원은 더욱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는 있지만, 노조와의 만남에 대해서는 “큰 그림에서 중요치 않다. 이 (노조)문제를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며 계속해서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불쾌감을 드러낸 적도 있었다.
그간 인수합병 사례에서 고용보장을 명문화하는 사례가 없었던 탓에 완전 고용보장의 명문화를 요구하는 노조와의 만남이 부담일 수는 있겠지만, 기존 경영진에게 계속해서 부담을 지우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실제로 홍성국 사장과 노조집행부는 최근 비공식적으로 구조조정과 관련된 명문화작업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 중에 있었지만, 별다른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노조는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통해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한 요구사항을 지속 주장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미래에셋 쪽에서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실질적인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지난번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 앞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의 추가 개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래에셋대우 회장과 양사 합병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창업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그는 더 이상 노조 문제에 ‘나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노조 집행부는 협상력 강화를 위해 새 집행부 선거 일정을 5개월 가량 앞당겨 시행했고, 기존 집행부가 다시 한 번 이끌어가게 됐다. 노조는 기존 노선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입장도 밝혔다. 11월 통합법인의 출범까지는 6개월여의 시간이 남았다. 조직개편, 적재적소에 인력 배치 등의 작업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고, ‘초대형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내실을 다지는 게 우선이다. 하나 된 정체감 없이 회사가 단합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조와 적어도 한 번은 테이블에 마주 앉는 시간을 마련해야 할 때다.
권준상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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