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공공기관들이 하나 둘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수도권의 농식품업 담당자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전문적인 농식품 도서부터 다양한 정보지까지 접하려면 산 넘어 물 건너는 수고가 필요해진 것이다.
"공기관들이 너무 멀리 갔다고 서운해 하지 마세요.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센터에는 국립중앙도서관보다 더 많은 농식품 전문서가 준비돼있고, 창업 지원부터 영세한 농민의 홍보 마케팅까지 일사천리로 해결이 가능한 농식품 비즈니스 창구가 있습니다"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 역 4번출구에서 양재 aT센터로 연결되는 지하통로로 5분 남짓한 길목 사이에는 '누구든' 쉬어갈 수 있는 북카페가 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 사이로 농업관련 서적 3600권을 포함한 6900여권의 책이 손님을 맞는다. 도서관에는 10여명이 간단히 회의를 할 수 있는 소규모 회의공간은 완벽한 방음시설을 갖춰 손님들을 이끈다.
3년 임기를 마치고 2년째 연임을 이어가고 있는 김재수 aT사장은 유독 이 공간을 좋아한다. 북카페에서 손님을 맞고, 청년들이 직접 운영하는 팝업레스토랑인 '에이토랑'에서 식사를 즐긴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40여년 가깝게 농업분야에서 공직생활을 한 경험 때문인지 누구보다 농식품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뉴스토마토>는 농식품 관련 대국민 서비스 통합창구를 만들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면서 메신저 역할을 자처하는 김재수 사장을 만나봤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aT가 1967년에 설립돼 올해 49년이나 됐지만 국민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것 같다. aT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50여년 전 aT가 처음 설립됐을 때만해도 농수산물 과잉과 과소가 되풀이 되던 시절이었다. 공사는 외국에서 농산물을 수입해 비축해 뒀다가 가격이 지나치게 높이 올라가면 방출하고, 국내 생산이 너무 많아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매입하는 식의 수급 및 가격안정 관리를 주로 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식품과 수출 개방시대가 되면서 우리 농수산식품도 해외에 수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수급안정 뿐 아니라 유통개선, 수출진흥까지 넓히고 있다. 실제로 공사 총원 660명중 300명은 본사에 나머지는 국내외 해외지사에 있을 만큼 국내업무와 해외업무를 골고루 맡아 하고 있다.
-2011년 10월 aT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임기 3년을 꽉 채우고도 2년 연임을 했다. 공공기관 장으로는 보기 드물게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떤 점이 aT의 수장을 오래 할 수 있는 원동력인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사무관 시절부터 aT업무를 맡을 정도로 40여년 가까운 농업분야 공직생활 경험이 바탕이 된 것 같다. 공직에 있을 때부터 aT 내부사정을 잘 알았고, 고민도 컸다. 일단 준정부기관이지만 공기업이 갖고 있는 경직성을 고치려고 많은 노력을 꾀했다.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지만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이 보인다. 또 본격적인 개방시대를 맞아 해외지사를 많이 만들었고, 물적 시설도 확충했다. 파리와 인도네시아, 아부다비 등 6개 해외지사를 추가했고, 중국 청도에는 물류센터도 지었다.
-aT의 업무 절반이 해외 관련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중 FTA가 체결되는 등 농식품의 세계 진출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2016 동경식품박람회'를 다녀왔다. 아시아권에서 굉장히 큰 박람회 였는데 세계 식품 시장이 어떻게 변화되는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올해 박람회의 주요 테마는 '건강과 미용' 이었다. 식품 분야가 과거에는 생산 위주였다면 지금은 건강과 미용까지 아울러야 소비자들이 찾는다.
한국 농식품 경쟁력은 양적 물량 공세는 어렵다. 질적인 품질과 안전성을 기반으로 공략해야 한다. '한국에서 생산하면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 4계절이 뚜렷하고 산과 강과 들이 균형잡힌 나라에서 나는 자생식품이 몸에 좋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기능성을 강조해야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양적 물량과 가격 경쟁력이 기본적으로 갖기 어려운 구조에서는 품질경쟁력 밖에 답이 없다. 지금 우리 농촌업계에 고질적인 칸막이를 무너뜨리고 기능성과 건강을 보완하는 연구와 협업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한중 FTA로 중국 시장이 개방됐는데 공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중국 식품시장 규모가 세계 식품시장의 17%를 차지할 정도로 점유 1위 인 만큼 검역문제를 해소하고, 안전한 먹거리 고급 식품으로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또 한류 콘텐츠와 연계해서 한국식품의 고급이미지를 각인 시킬 필요가 있다.
-중동 식품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하지만 여전히 '할랄식품'은 부정적 이미지가 크다. 한국 농식품 어떻게 해야하나.
할랄식품은 비즈니스 문제로 접해야 한다. 종교와 비즈니스는 분리돼야 한다. 할랄에 대한 문제는 초기대응이 잘못된 것 같다. 국가가 특정한 종교에 대해 특혜는 없다고 확실히 각인시켰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전 세계 무슬림 식품 규모는 세계 인구의 24%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이 크다. 또 앞으로 무슬림의 구매력 향상과 인구증가로 3년 후에는 세계 식음료 시장의 5분의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어떤 종교 단체는 여러 식음료 사업을 하고 있는데 특혜를 주면 안된다. 종교와 비즈니스를 확실히 나눠서 적극적인 개척이 필요하다.
-aT양재센터 지하에는 취업 준비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레스토랑과 꽃집이 있다. 농식품 분야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일환인가.
젊은이들이 직접 창업을 해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관련한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 공기관의 역할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323개 공공기관이 각각 자기 핵심 업무에 관련된 청년창업 공간을 만들어 주면 청년실업률이 12.5%에 육박하는 현 시점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aT는 이에 따라 외식 창업 공간을 만들었다. 식당창업 폐업률이 1년에 45%, 2년이면 60%라고 한다. 경험 및 준비부족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설을 갖춰주고 운영은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맡겼다. 학생들은 3주씩 돌아가면서 경험을 쌓는다. 실패를 통해 개선점을 배우고, 이익금은 나눠 갖는 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경민대학교 학생들이 '돈까스'를 팔고 있다.
꽃집의 경우 최근 우리나라 꽃산업 전체가 침체되고 있다. 겨우 승진할 때 보내는 난과 결혼식 화환, 장례식 조화가 전부다. 이 때문에 화훼분야 청년창업 지원사업으로 새로운 꽃 소비모델을 발굴해 신수요를 창출하자는 의미에서 '에이티움'을 설치해 지금 2개 팀이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생활용 꽃 소비 진작을 위해서 가격을 낮추고 재활용을 활용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승부하려고 한다. 10년 전 국민 1인당 꽃 소비를 2만4000원 썼는데 지금은 1만4000원으로 크게 줄었다. 꽃 시장의 심각한 문제다.
-올 9월에 '김영란법'이 발효되면 화훼와 같은 선물용 농식품 품목의 수요가 위축될 수 있는 우려가 있는데 공사에서는 대책이 있는지.
사실 매우 걱정이다. 안 그래도 꽃 산업이 침체되고 있는데 김영란법이 발효되면 현재 10만원 수준의 꽃값이 5만원 내로 줄어들 것이다. 5만원 이상 꽃을 보내면 뇌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전부 인조 꽃을 만들거나 중국산을 쓰게 될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화훼산업이 망할 것이다. 꽃 뿐 아니라 과일, 쇠고기 등 농식품 분야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분은 정부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aT가 유통개선을 위해 '스마트 스튜디오'를 오픈했다고 들었다.
현재 유통시장은 농민이 생산해서 직접 팔기 어려운 구조다. 도매시장이나 수집상에 팔면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5~6단계 농산물 유통단계를 줄이기 어렵다는 판단에 인터넷 모바일 시대에 맞춰 여러 가지 직거래 플랫폼을 만들자는 취지로 나온 것이 스마트 스튜디오이다. 스튜디오에서 생산품을 직접 찍어 홍보해 유통단계를 줄이자는 것이다. 추후에는 각 시도청사에 협조를 요청해 스마트 스튜디오를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대담=권순철 경제부장
정리=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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