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굴지의 대기업에서 팩시밀리를 개발하던 연구원들이 모여 지폐계수기를 개발했습니다. 꼬박 7년을 투자해 지난 2003년 지폐를 꿰뚫어보며 위폐를 감지하고 세계 각국의 지폐종류를 구분해내는 지폐계수기 SB-1000을 시장에 내놨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결실을 풍성하게 거두고 있습니다. ”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에스비엠(SBM) 본사에서 만난 최종관 대표이사는 기존 지폐계수기에 비해 자사의 계수기가 가지고 있는 차별성을 설명하는 말로 얘기를 시작했다.
위조지폐감지 지폐계수기 전문업체 에스비엠은 지난 상반기 지난해 상반기보다 56.3% 증가한 매출과 무려 286.2%나 급증한 영업이익을 올리며 경기침체와 무관하게 승승장구한 대표적인 알짜기업으로 꼽힌다.
에스비엠에 따르면 기존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생산한 지폐계수기는 광센서를 이용한 흡수와 반사의 원리로 위폐와 진폐를 구분하고 지폐를 세는 기능을 수행한다. 즉 빛을 통해 지폐의 크기와 색깔의 차이를 구분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계수기가 빠른 속도로 돌아가기 때문에 빛의 원리로는 위폐를 걸러내거나 권종을 구분하는 데 있어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업체측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팩시밀리의 이미지를 꿰뚫는 스캐닝기능을 지폐 계수기에 적용해 한층 더 정확하게 권종구분과 위폐 감지를 할 수 있게 한 것 그리고 이런 정밀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일본, 미국 등지의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이 매출과 영업이익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에스비엠은 현재 이런 차별성을 무기로 터키, 러시아 등 현금사용비율이 높은 신흥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9%에 이를 정도로 해외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승우 에스비엠 경영기획팀 이사는 “지금까지 국내시장은 위폐감지기가 필요한 환경이 마련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총 7종의 권종이 있는 유로화나 달러화에 비해 최근까지 국내에는 지폐 권종이 천원, 5천원, 만원 세종류 밖에 없어 권종 분류도 어렵지 않았고 액면가도 크지 않아 만원을 위폐로 만들어도 얻는 이익이 크지 않았다. 그로 인해 위폐 유통률도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현저히 적어 위폐감지지폐계수기 수요 자체가 적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5만원 신권이 발행된 이후로는 얘기가 달라졌다. 5만원권 위폐 관련 사건이 속속 발생하자 국내 은행권에서도 긴장하기 시작했다는 것.
유 이사는 “국내에서도 위폐감지 기능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하자 최근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우리 제품을 사가는 등 국내 시장 개척에 시동이 걸리고 있다”며 “경기가 회복되면 그만큼 돈이 많이 돌 것이고 금융기관들도 금융기기 구매 관련 예산 비용을 늘리게 될 것이기 때문에 여러 여건상 앞으로 위폐감지 지폐계수기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스비엠은 앞으로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했던 주력 지폐계수기 SB-1000의 기능을 단축하고 경량화해 은행 창구 직원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하게 개발한 SB-7을 ‘제2의 주력상품’으로 내세워 국내외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유 이사는 “기존 자사제품보다 더 저렴하고 사용이 편리한 SB-7 제품은 단순계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탓에 시장 확대가 어려웠던 SB-1000을 보완해 신흥시장 점유율을 더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SB-1000이 점포마다 한 대씩 있는 기기였다면 SB-7은 창구 직원들마다 사용하는 기기로 시장에서 기능과 가격 모두 뛰어난 제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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