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성인대상 성범죄 혐의로 기소돼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의료인의 취업을 10년간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31일 강제추행죄로 기소돼 벌금형이 확정된 의사 A씨가 "성인대상 성범죄로 확정된 형의 집행을 마친 뒤에도 10년간 병원 등에 취업하는 것을 금지한 청소년성보호법 56조 1항 12호는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심판대상 조항은 성범죄 전력만으로 그가 장래에 동일한 유형의 범죄를 다시 저지를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며 "결국 각 행위의 죄질에 따른 상이한 제재의 필요성을 간과함으로써 범행의 정도가 가볍고 재범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자에게까지 10년 동안 일률적인 취업제한을 부과하고 있으므로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청소년을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의료기관의 윤리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공익인 것은 맞지만, 심판대상 조항의 제한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우리 사회가 해당자들에게 감내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반돼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의료인의 취업제한제도가 시행된 후 형이 확정된자부터 적용되도록 규정한 청소년처벌법 부칙 조항은 형벌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상 형벌불소급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범죄시기가 법 시행 전이더라도 법 시행 이후에 형을 선고받아 확정됐다면, 장래의 위험성을 고려해 취업제한의 제재를 가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합헌으로 결정했다.
내과 원장이었던 A씨는 2013년 12월 강제추행죄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항소해 500만원으로 감형된 뒤 상고했으나 패소해 형이 확정됐다. 이후 A씨는 자진 폐업신고한 뒤 지난해 1월 청소년성보호법 56조 1항 12호와 같은 법 부칙 7조가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청소년성보호법 56조 1항은 아동이나 청소년 대상 성범죄나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이나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은 집행이 종료하거나 유예·면제된 날부터 10년 동안 가정을 방문해 아동·청소년에게 직접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못하도록 제한하면서 12호에서는 의원이나 병원 등 의료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한 것은 아동이나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자가 아닌 성인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10년간 의료기관 취업제한 부분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사진/헌법재판소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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