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전국의 로스쿨 재학생들이 집단으로 자퇴서를 제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법무부가 당해 12월 3일 사법시험 유예를 공표했기 때문이다. 2009년 로스쿨 제도가 시행되면서 사법시험은 5년간 로스쿨 제도와 병행되다 2017년 폐지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사법시험을 앞두고 법무부는 갑작스럽게 입장을 변경했다.
로스쿨 재학생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전국의 로스쿨 재학생들은 학교에 집단으로 자퇴서를 제출했다.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 480명 중 464명이 자퇴서를 제출했고, 긴급학생총회를 열어 수업과 시험을 전면 거부했다.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연세대, 충북대, 전남대 등 전국의 로스쿨 학생들이 자퇴서를 제출했고, 청와대, 국회, 법무부 앞에서는 1인 시위가 이어졌다.
사진/바람아시아
법조계 일부 인사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로스쿨 교수진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사시 폐지 유예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반발의 움직임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유예 입장 발표 다음날인 4일, 입장을 번복했다. 법무부의 최종 결정이 아니며, 관련 단체와 기관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해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무부의 입장 번복에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우리나라 법무 행정의 중심축에 있는 기관이 제멋대로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법무부의 ‘사법시험 유예 발표’는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측과 폐지를 주장하는 측의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로스쿨의 값비싼 등록금을 지적하며 로스쿨이‘귀족학교’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사법시험이 폐지되면‘개천에서 나는 용’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사법시험이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를 주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사법시험 폐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법조인 지망생들이다. 현재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려고 하는 A씨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돈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인터넷 강의만 결제해도 몇백만원이 깨진다. 그런데 어떻게 사법시험이 모두에게 공평한 제도냐”라며 부당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로스쿨 합격 소식을 듣고 진학 예정이었던 B씨는 법무부의 사법시험 유예 발표가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B씨는 2010년에 대학을 입학했고, 당시 로스쿨 도입 2년차였다, 사법시험 폐지가 확정된 상황이었기에, 법조인을 꿈꾸던 B씨에게는 선택지가 오로지 로스쿨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법무부가 독단적으로 사법시험 유예를 발표하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여태껏 정부와 법을 신뢰해 왔는데, 낙동강 오리알이 된 기분이다.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신뢰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이제는 정부가 행하는 정책과 법률도 어떻게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B씨는 법조인이 ‘개천에서 나는 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개천에서 난 용’(이하 개룡)은 어려운 환경(개천)에서 흔히 말하는 사회적 출세(용)를 한 사람을 일컫는데, 개인의 환경을 ‘노오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맥락과 연결되는 용어라는 점을 지적했다. ‘개룡’의 정체성은 문제를 가진다. 첫째, ‘용’이기 때문에 법조인이 가지는 사회적 위치를 기득권으로 도식화시킨다. 둘째,‘개천’에서 났기에 기득권이 가지는 보상심리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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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실상 이제는 ‘개룡’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사법시험 합격자 7900명 중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사람은 다섯 명 뿐이다.
로스쿨은 사법시험과 달리, 사회적 약자를 위한 쿼터제를 실시한다. 정원의 10퍼센트 이상을 차상위계층, 저소득층 학생을 선발하는 특별전형 제도를 의무화하고 있다. 매년 200명이 쿼터제를 통해 로스쿨에 입학하는 셈이다. B씨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로스쿨을 ‘돈스쿨’, ‘음서제’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B씨는 사법시험 존치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법무부가 그대로 주장을 관철시켜 사법시험을 존치할 경우, 로스쿨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는 “지금 로스쿨은 돈스쿨, 음서제라고 하는 부정적인 여론들과 더불어, 현직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서자', '6두품' 취급을 받고 있다. 사회에서 로스쿨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멸시를 받는데, 어떤 학생이 로스쿨을 계속 다니겠는가. 나 역시 로스쿨에 입학했다는 사실만으로 '돈 주고 간 것 아니냐', '뒤가 구리다', '부모 등골을 빼먹는다'는 말을 들었다. 사법시험이 존치될 경우 이는 더더욱 심해질 텐데, 로스쿨 학생들의 현재, 미래를 전부 짓밟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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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은 ‘개천에서 용 나게’만들어 주지 않는다. 사람들이‘개천의 용’을 바라게 만드는 구조부터가 문제다. 단순히 사법시험 존폐-로스쿨 논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먼저‘용’이라는 법조인 특유의 특권의식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개천’의 구조를 없애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법조인을 꿈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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