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이다. 인간과 인공지능(AI)의 바둑 대결에서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세돌 9단은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1국에서 186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이날 알파고를 대신해서는 딥마인드의 개발자이자 바둑 아마추어 6단인 아자황이 돌을 잡았다.
돌을 가린 결과 이 9단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흑을 잡았다. 이번 대국이 중국룰로 진행돼 백을 잡으면 7집 반의 덤을 얻을 수 있다. 현장에서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은 "덤이 많은 백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의외"라며 "뭔가 준비한 포석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돌을 둔 이 9단은 첫수를 우상귀 소목애 뒀다. 알파고는 1분30초 만에 좌상귀 화점에 돌을 놓았다. 이후 이 9단이 우하귀 소목, 알파고가 좌하귀 화점을 차지하면서 양 화점 포석으로 본격적인 대국의 시작을 알렸다.
대국 초반 이 9단은 알파고를 시험하듯 평소 실전에서 잘 두지 않는 수를 두뒀다. 알파고는 그러나 AI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 9단에 응수했다. 유창혁 9단은 "알파고의 감각이 대단하다"며 "형세를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승부는 중반까지도 팽팽했다. 대국 2시간이 지나자 알파고가 실수를 하면서 승기가 이 9단에 기우는 듯 했다. 유 9단은 "초반에 프로기사에서도 최고수의 수중을 보이다가 갑자기 아마추어도 보여주지 않는 모습"이라며 "알파고는 역시 기복이 있으며, 약점이 보인다"고 말했다.
승부는 후반 직전 갈렸다. 위기에 몰렸던 알파고가 이 9단의 우변 흑집에 침투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이 9단은 장고를 거듭했으나 제대로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후 알파고와 이 9단이 번갈아 가며 실수를 했지만, 형세는 알파고에 기울었다. 결국 이 9단은 알파고에 내준 7집 반을 넘어서지 못하고 돌을 던졌다.
이날 대국 현장에는 세간의 관심을 입증하듯 에릭 슈미트 알파고 회장을 비롯해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이 다녀갔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대국을 관람하고 "생각보다 알파고가 고수의 사람처럼 바둑을 뒀다"며 "판세를 읽거나 바둑의 본질을 이해하는 수준이 상당하다"고 했다.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대국을 진행했다. 알파고를 대신해서는 구글 딥마인드의 개발자이자 바둑 아마추어 6단인 아자황이 돌을 잡았다.사진/구글코리아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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